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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10]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을, 고립청년을 바라보다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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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10]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을, 고립청년을 바라보다


필자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은 ‘외로움’이나 ‘고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사회적, 개인적 이슈로 외로움과 고립은 아마 더욱 큰 이슈가 되리라 예견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서울시 고립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시절에 함께 조사연구를 진행했던 올림으로부터 전문위원 위촉을 받고 작년 ‘수원시 사회적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함께 진행했다.

올림은 올해 2026년에도 고립과 관련된 조사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바로 ‘2026 서울 청년수당 참여자 분석 및 추적조사 연구’이다.

서울시 청년수당이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34세 미취업 또는 단기 근로 청년에게 활동지원금(월 50만원 최대 6개월)을 지급하고, 강점진단 종합지원, 멘토링, 취업지원 프로그램 제공 등 청년 니즈에 맞게 프로그램 연계를 지속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참고로 2026년 신청은 3월 13일로 종료했다. 2025년은 6월에 추가 모집이 있었다.)


이번 올림이 맡아 진행하고 있는 조사연구는 2025년 청년수당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향후 사업에 대한 피드백을 목적으로 한다.

2025년 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들의 후기와 사업의 자세한 내용은 청년몽땅정보통 (https://youth.seoul.go.kr)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데, 후기에는 ‘안정적으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 진심으로 고맙다.’ 등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말들이 가득하다.

청년수당 프로젝트가 고립과의 관련성을 지니게 된 것은 2025년 6월, 서울시에서 청년수당 참여자 추가(2차)모집을 하면서 우선 선발 기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는 신청 인원이 모집 인원보다 많은 경우, 기존의 우선 선발 기준은 서울런 참여자, 중위소득 80% 이하 단기 근로 청년, 저소득 청년(건강보험료 부과액 기준)이었는데 여기에 고립·은둔 청년이 처음으로 추가되었다.

특별히 고립·은둔 청년을 우선 선발 기준으로 추가한 이유는, 취업에 의지가 있는 고립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관련하여 서울시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2024년 전국 최초의 고립·은둔 청년 전담 지원 기관인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오픈한 것이다. 

필자는 당시 서울시와 고립청년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차라 오픈하고 4개월이 지난 2024년 12월경에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센터장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센터장은 오랫동안 사회복지 현장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분이었는데, 취임 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많은 일을 해내야 했고, 게다가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까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아요.”


비유적인 표현이 재미있어서 함께 작은 웃음을 주고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에는 나름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이 말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문득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불쑥 판도라의 상자 말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 이런 비유를 하셨을까 하는.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의 이름이다.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여자 인간을 만들라고 명했고 그 여인의 이름이 판도라였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탄생을 축하하며 상자를 주었는데,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판도라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프로메테우스의 동생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어느 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고 만다. 

그러자 상자 안에 갇혀있던 온갖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이 상자에서 빠져나와 세상 곳곳으로 퍼졌다. 평화로웠던 세상은 금세 험악해지고 말았다. 

판도라가 깜짝 놀라 급히 상자를 닫은 때에는 이미 인간을 괴롭히는 나쁜 것은 모두 빠져나온 뒤였지만, 희망만이 아직 상자에 남아있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상자에서 빠져나온 악들로 괴롭힘을 당해도 희망만은 절대 잃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는 것이 ‘판도라의 상자’ 신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센터장님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말씀하신 건, 일을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고립 청년 지원 사업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전에는 이 일이 어렵고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상자를 열어보고 비로소 문제의 실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씀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니 그런 의미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우릴 어려움에 빠뜨리는 것만 들어있던 건 아니다. 마지막에 남아있던 희망. 그러니까 센터장님은 이런 뜻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말씀하신 것은 아닐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만 가득한 사업을 하게 되었구나’라는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센터의 존재와 활동으로 고립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의 사회에 대한 희망이 존재하니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센터장님의 말씀은 바로 고립 은둔 청년의 문제를 풀어내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이야기해 준다. 문제에 접근하고 풀어내기 위해서는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상자)가 있다는 것만은 명확한데, 그 문제에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니 풀어내기가 너무 힘들다.

상자를 열어 문제가 무엇인지를 드러내어 살펴보고자 해도, 문제 자체가 너무나 복잡하고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 있어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실타래를 차례로 풀어나간다 해도 그 풀이 과정이 원만하지 못하고 수많은 장애를 만나게 된다. 마치 상자 속의 악들이 문제 풀이를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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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자료를 참조로 작성한 내용 기반의 AI 이미지


그러니 고립 은둔 청년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끈기 있게, 장기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뭐? 바로 희망이다. 

고립 은둔 청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희망. 그리고 고립 청년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품어야 하는 희망. 이 두 개의 희망이 만날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희망이 충족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고립 은둔 청년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이유는 ‘그들의 존재가 비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과 ‘손을 대도 해결의 수단이 없다’라는 것이다. 

공적인 기관에서 사회문제에 대응할 때는 그 대상자의 범위가 명확해야 하고,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마련되어 나중에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년 고립 은둔은 대상자의 범위가 당사자만이 아니라 부모와 학교, 직장까지 포함되어 한계를 정하기 어렵다. 

또한, 고립 은둔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자칫 시기를 놓치면 장기화되기도 한다. 게다가 청년의 고립 은둔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의 인식 차도 크다. ‘일하고 싶지만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이라고 보는 입장과, ‘일할 수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청년들’이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공공연한 비밀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속수무책임을 알기에 보호자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는다. 보호자들은 나 혼자 감당하고 말면 된다. 열면 큰일 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 있어야 한다.

동네에서는 자신의 아이는 집에 없는 것처럼 계속 행동한다. 그게 생활이 더 편하니까. 혹시나 “양육 방식이 나쁘고, 응석받이일 거야”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내가 죽으면 아이는 어떻게 되지? 주변 사람들도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 내가 없으면 저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누가 감당해 주나? 이제 그 상자를 혼자가 아니라 같이 열어보자. 서울청년기지개센터와 같은 곳이 그 희망의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결국, 고립과 은둔이란 주변의 관심으로 녹아내릴 수 있는 얼음벽이 아닐까 한다.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은 조사연구기업으로써 어떻게 이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벽으로 녹일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고립과 은둔 관련된 조사연구 프로젝트를 열심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바로 얼음벽을 녹이는 손길이라고 생각한다.

‘[Research Lounge_3] 사회적 고립, 조사도 연결이다’ 편에서 다루었듯이, 고립청년의 모습을 잘 이해하는 정보를 발굴하고, 청년들에게 사회적 관심을 전달하는 한편, 그들과 타인 그리고 사회를 조사라는 고리로 연결시키는 것, 바로 그것이 조사회사가 청년고립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_ 이완정_『외로움의 함정』 저자/(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