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Research Lounge] 콘텐츠의 자원이 되는 숲을 보다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은 2023년부터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숲과 관련된 다양한 조사연구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운전하면서 창문 밖으로 스치는 산이나 숲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든다. 특히 푸르름으로 뒤덮인 여름 산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산천이 참으로 많은 숲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서 무릎 관절염으로 등산을 자주 하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꾸역꾸역 나무와 숲을 만나러 가게 된다.11월 중순, 가을 색으로 영롱한 숲을 만나러 남산에 다녀왔다. 10월에 열린 ‘남산 하늘숲길’이 궁금해서였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휠체어, 유아차는 물론이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까지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완만한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둘레길로 쉽사리 즐기지 못하는 처지에서 보자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카메라에 아름다운 숲의 모습과 색을 카메라에 담고 있자니 정말 우리나라의 숲은 어디에 내어놔도 손색이 없는 또 다른 콘텐츠의 자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나라의 산림 비율은 2020년말 기준으로 62.6%. 전체 국토면적 10,041천ha 중 6,298천ha가 산림이라고 한다. 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산과 숲의 나라인 셈이다. 지난여름,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에 놀러 가던 길이었다. 보조석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딸이 이런 말을 했다.“학교에서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해서 교육을 통한 인력 자원이나 콘텐츠와 같은 무형의 자원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고 배웠거든. 그런데 봐봐. 저렇게 숲이 많잖아. 저것도 자원일 텐데, 숲을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도 자원 부국 아닌가?”숲을 채우고 있는 나무는 물론이고, 나무의 열매인 밤, 감, 은행, 도토리, 산딸기와 같은 과실류, 표고, 송이, 능이, 목이 등의 버섯류, 더덕, 고사리, 고비, 도라지, 취나물, 땅두릅, 쇠비름 등의 산나물류, 천마, 작약, 결명자, 구절초, 당귀와 같은 약초류, 오미자, 오갈피나무, 구기자나무, 옻나무 등의 약용류, 그리고 야생화, 이끼류뿐만 아니라 수액이나 나무뿌리, 나무순도 모두 숲이 주는 자원이다. 이런 자원은 순수하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키우고, 가꾸고, 다듬어서 자원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임업진흥원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산나물인 쇠비름은,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물로 그동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토피, 여드름 등 피부질환 대한 효능과 오메가3와 칼륨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쇠비름 효능과 먹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https://www.kofpi.or.kr/info/imupStory/forestStory_01view.do출처: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그런데 이제 이런 숲의 자원의 활용도가 하나 더 늘어나서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바로 치유와 힐링의 자원으로 말이다. 숲의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의 흐름을 안으로 들이고, 나무를 보면서 채움과 비움의 뜻을 배우고, 숲의 맛이 담긴 자연식을 먹으면서 자연의 건강을 채우고, 숲속의 시공간에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숲은 우리의 시공간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인 셈이다.그래서 그런지 요즘 ‘숲 치유’가 인기여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치유의 숲’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특히 피톤치드, 음이온 등을 많이 내뿜는 편백나무나 잣나무, 소나무 숲에 머물 수 있는 곳이 인기이다. 현재 치유의 숲은 국립 21곳, 공립 44곳, 민간 2곳으로 총 67곳이 운영되고 있다. 산림청의 국립 치유의 숲 이용자 조사만 봐도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 2021년 47만 1,769명에서 2024년 60만 6,089명으로 3년 새 28%나 증가했다.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는 예산 투입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단순하게 숲길을 걷는 것에서 벗어나 물을 활용한 수치료, 명상, 다도, 산림욕, 전문장비를 이용한 건강 체크까지를 방문자에게 제공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음악, 그림, 영화, 문학과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처럼 이제는 숲도 치유의 콘텐츠로 시민권을 획득한 셈이다.개인적으로도 치유의 콘텐츠인 숲과 인연이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산림과학원의 의뢰를 받아 ‘산림치유 기능 확대를 위한 산림휴양의학 도입 방안 연구’를 6개월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힐링과 치유의 단계에서 조금 더 나아가, 휴양의학의 자원으로 숲으로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독일, 뉴질랜드,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기반으로 나름대로 고민한 시간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산림휴양의학의 4가지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가장 적합하고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모델이 도시숲을 활용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도시 안팎에는 산과 숲이 가까이 있으니 가능한 모델이다. 숲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나무, 버섯, 열매처럼 숲이 품고 있는 많은 생명뿐만 아니라, 숲이 지닌 공기와 빛과 색까지도 우리의 심신 건강을 위해서 내어준다. 차가운 겨울이지만, 그럼에도 숲에 갈 일이다. 잎은 떨구었지만 더 강한 생명력으로 숨 쉬고 있는 숲을 바라보고 사랑할 일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