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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6] 리서치 연구원이 갖춰야 할 문해력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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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6] 리서치 연구원이 갖춰야 할 문해력 


얼마 전에 마케팅 조사회사에 다니는 예전 대학원 제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연말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한 고민거리가 생겼다면서 이런 말을 들려줬다.

최근 서비스 관련 고객 설문조사를 하면서 “000 서비스에 대해 귀하가 생각하고 계시는 의견을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라는 설문문항을 만든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가감(加減)’을 ‘가짜’ 혹은 ‘감정적’으로 오해하여 답변을 거부하거나, “중립적인 의견을 말해달라”라고 해석한 응답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어떻게 질문을 하면 오해 없이 조사할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이에요.”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10여 년 전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요즘은 자꾸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문해력과 관련된 부분이다.

아무래도 조사 보고서에는 한자어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순수한 한글로 쉽게 풀어 쓰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아무래도 보고서 분량이 많아지고 보고 내용도 늘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자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자어를 이해하는 어휘 문해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클라이언트가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보고서에 포함된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사 보고서가 여러 부서의 여러 담당자에게 배포되어 읽히는 것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이 가장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독자의 단어 문해력 수준을 고려한 표현이 가장 적절할 좋을 것이고, 이런 생각에서 보고서에 쓰이는 단어 선택에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전히 정부, 관공서, 연구소나 기업의 발표 자료나 보고서를 읽다 보면 한자어가 눈에 띄게 많이 담겨 있다. 간혹 ‘이런 한자어를 지금도 사용하나?’라거나 ‘이런 한자어는 모른 사람도 많을 텐데.’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현재는 한자를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도 거의 없다. 신문에서도 유명 정치인의 성을 한자로 쓰는 경우 이외에 한자를 만날 일도 없다. 가능한 모든 말을 한글로만 표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도 있다.

이러다 보니 한자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어떤 한자인지 정확히 모르고 쓰는 경우도 많다. 지금(只今), 무려(無慮), 어차피(於此彼)와 같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부사도 사실은 한자어이지만, 한자의 정확한 뜻을 몰라도 우리는 지금, 무려, 어차피를 잘 쓰고 있으니 크게 문제도 없다.

바로 이점이 어휘 문해력이 떨어지면서 우려되는 소통의 효율성 문제이다. 실제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한글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문서에 쓰이는 어휘는 한자어가 더 많이 들어가다 보니 한자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커뮤니케이션하는 양측이 모두 이해하고 있는 어휘를 사용하여 100% 이해가 되는 표현을 주고받는 방법인데, 이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의 언어 능력 수준, 생각하는 방식, 표현하는 스타일도 같아야 하는데, 이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상대방과 소통을 하려고 한다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수준의 어휘와 문장 형식을 빌려, ‘상대방도 이런 수준의 표현이라면 이해해 줄 수 있겠지’라는 전제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상대방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나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나의 어휘와 문장력의 수준에 맞춰 표현을 해 준다면 아무 문제도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커뮤니케이션은 했지만 오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도 나의 수준을 가늠하면서 소통해야 하고, 사전에 나의 어휘 문해력과 문장 문해력 수준을 모르니 결국은 ‘저 사람도 이런 수준의 표현이라면 이해해 줄 수 있겠지’라며 나와 같은 전제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각자 머릿속에 지닌 ‘이런 수준’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니 문제다.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사이에 문해력의 차이는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단어를 잘 모르거나, 한 문장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전체적인 대화 문맥에서 알아차릴 수 있거나, 설사 잘못 이해했다 해도 크게 문제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서치 업무를 하는 조사회사 연구원들에게 요구되는 문해력은 조금 다르다. 조사회사 연구원이나 면접원이라면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의향을 파악하고, 정확히 조사 결과의 팩트와 분석 내용, 그리고 인사이트를 전달해야 하니 어떤 수준의 클라이언트와도 소통이 가능한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만일 클라이언트가 연구원이나 면접원의 문해력 수준을 높다고 기대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는데 연구원이나 면접원이 부분적이라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연구원과 면접원은 다양한 언어 수준과 사회적 배경을 지닌 설문 조사나 인터뷰 대상자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이들의 응답을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특별한 분야의 어려운 전문 용어도 이해해야 하고,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 속어 또는 최신 신조어 등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리서치 연구원에게 필요한 4가지 핵심 문해력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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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문을 기반으로 한 AI 생성 이미지 


1) 데이터 리터러시 (Data Literacy)

숫자와 그래프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으로, 단순히 결과표를 보고 ‘A가 B보다 높다’라고 기술하는 수준을 넘어, 결과값들이 우연히 발생한 수치인지 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2) 맥락 독해력 (Contextual Reading)

클라이언트의 이슈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으로, 제안요청서(RFP) 상의 표면적인 목표 외에, 실제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간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리포트나 경제 뉴스, 논문을 읽고 해당 산업의 흐름을 현재 프로젝트와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3) 정성적 분석 능력 (Qualitative Analysis)

설문의 주관식 답변이나 FGI에서 나온 소비자의 언어를 분석하는 능력으로, 비언어적 맥락을 파악하고, 방대한 분량의 소비자 반응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과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어 인사이트로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4) 구조적 글쓰기 (Strategic Writing)

조사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출력하는 능력으로, 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논리적이고 설득적 글쓰기를 위해, 핵심 결론과 근거 데이터를 순서대로 제시하고, 복잡한 통계 용어나 전문 용어를 클라이언트가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리서치 연구원은 “복잡한 정보를 단순하게 재구성하고(Simplify), 데이터에서 의미를 추출하여(Extract),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제안하는(Actionable)” 수준의 문해력을 지녀야 하는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나는 그럴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노력해야 할 일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