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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3] 외로움의 진화_③나의 긍정고독 수준은?
얼마 전에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을 하는 지인을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여름에 출간한 책 『외로움을 소비하는 사회』의 편집을 도와주었는데 한 해가 가기 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는 아직 미혼인 40대 초반으로, 중견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몇 해 전부터 독립해서 프리랜서로 편집작업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시간을 혼자서 작업하며 보낸다고 한다.
그래도 전에는 많은 사람과 만나서 협업도 하곤 했는데 지금은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하길래 혼자 작업하다 보면 외롭거나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말한다.
“독립하고 처음에는 자유로우니 너무 좋더라고요. 근데 조금 지나니 역시 외롭고 일이 잘 안 될 땐 우울한 시간도 보내게 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루틴이 생기니까 오히려 더 괜찮아요.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요령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의 말은 아무리 자발적 외로움이라도 100%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수 있지만 생각하고 적응하기에 따라서는 외로움을 수용하는 태도와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그럼 혹시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성을 측정하는 척도가 있다면 나는 어떤 수준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혹시 학문적으로는 연구가 있지 않나 해서 논문 검색을 해보다 “대학생의 안정애착과 긍정고독의 관계에서 자기분화와 사회적 자기효능감의 순차적 매개효과”라는, 2025년 8월에 제출된 석사학위 논문을 만나게 되었다.
학문적으로 긍정고독(positive solitude)은 ‘혼자만의 시간을 추구하거나 즐길 수 있는 긍정적 경험을 포함하여, 외로움과 고독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경험하는 역량’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혼자 일할 때도 타인이 아니라 자신과의 긍정적인 연결감을 느끼는 역량으로, 외로움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여 혼자 있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 긍정고독은 해외에서도 비교적 최근에야 학문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국내에서는 아직 학위 논문도 두세 편 나온 정도이니 연구 초기 단계로 보인다.
논문에서는 긍정고독을 9개의 문항으로 물어보았다. 각 문항은 5점 척도로 되어 있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긍정고독이 높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점수가 높을수록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외로움의 상황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자신은 얼마나 외로움과 고독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9개 문항을 체크해 보도록 하자.

*출처: 정승연, “대학생의 안정애착과 긍정고독의 관계에서 자기분화와 사회적 자기효능감의 순차적 매개효과”, 부산대학교 석사학위 청구 논문, 67쪽, 2025
모두 다 체크했다면 9개 문항의 점수를 모두 더하고 이를 9로 나누어 평균 점수를 내보자. 예를 들어 더한 점수가 38점이라면 이를 9로 나눈 평균 점수는 4.22가 된다.
평균 점수 5점이 만점이니, 4.22라는 평균 점수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4.22라는 숫자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 논문에서 사용한 이 척도 자체는 어떤 점수 구간이 역량이 있고 없고를 판단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문에서 제시된 대학생 310명의 긍정고독 평균 점수인 3.97과 표준편차 0.67을 참고로 수준을 가늠해보자. 생성형 AI인 퍼플렉시티의 도움을 받아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로 20% 구간별 평균 점수를 산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러니까 평균 점수 4.22는 긍정고독 역량이 그래도 상위 20~40% 구간에 해당하니 어느 정도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긍정적 방식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대략적인 자신의 긍정고독 수준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해석에 조심해야 한다. 우선 위의 구간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근거로 했으니 40대 이상이나 15세 미만이라면 구간 평균 점수가 다소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긍정고독은 타고난 성격 특성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하고 훈련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학자들이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성이 있는 심리적 역량이니, 혹시 하위 집단에 해당하는 평균 점수가 나왔다 하더라도 언제든 학습과 경험 등을 통해 변화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함께 할 때 더 계획도 잘 세우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도 하니 자신이 그런 경향성이 있다면 긍정고독의 수준이 낮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다시 9문항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끄럽고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다’라고 답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논문에서 대학생의 평균 점수 3.97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앞으로의 사회와 시대는 긍정고독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긍정고독과 함께 타인과 함께 하는 긍정성의 역량도 균형을 잡아가기, 그런 방향으로 외로움이 진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