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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22] ‘적당히’는 이제 없다, 맥싱(Maxxing)의 시대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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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비우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옷장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고, “적게 소유할수록 더 자유롭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시절. 그런데 요즘 SNS를 열어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수면 안대와 마우스 테이프를 하고 자는 사람, 단백질 함량을 0.1g 단위로 따지는 사람, 향수를 레이어링해서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들이 입을 모아 쓰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맥싱(Maxxing)’이다. 맥싱은 잠도, 단백질도, 인간관계도 ‘Full충전’하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비움의 미학이 지배하던 자리에, 이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태도로 지금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사는 것이 최고라며 우리 곁에 트렌드로 자리잡았던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와 맥싱은 도대체 어떻게 다른 걸까? 그리고 도대체 맥싱 트렌드는 어떤 사회적 요인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일까?


맥싱은 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치나 아이템을 최대치(max)로 끌어올린다는 표현에서 출발한 말이다. 여기에 ‘~하는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ing’이 붙으면서, 삶의 특정 영역을 극단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최적화하는 태도 전반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지난해 말 이 ‘-맥싱’이라는 접미사를 새 단어로 등재하면서 “삶의 특정 영역을, 종종 극단적일 정도로 최적화하는 행위”라고 풀이했다.

시작은 2010년대 중반, 외모를 극단적으로 가꾸는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의 ‘룩스맥싱(Looksmaxxing)’이었다. 피부 관리와 운동 같은 일상적인 방법부터 시술까지 동원해 외모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자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이 접미사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폭발적으로 퍼지면서, 이제는 외모를 넘어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붙는 만능 접두어가 되었다. 

잠을 최적화하는 ‘슬립맥싱(Sleepmaxxing)’, 단백질 섭취를 극대화하는 ‘프로틴맥싱(Proteinmaxxing)’, 건강 전반을 관리하는 ‘헬스맥싱(Healthmaxxing)’, 자신만의 향을 완성하는 ‘스멜맥싱(Smellmaxxing)’, 성격까지 다듬으려는 ‘퍼스낼리티맥싱(Personalitymaxxing)’, 심지어 도시에서의 삶을 최대치로 누리자는 ‘런던맥싱(Londonmaxxing)’까지 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흐름이 이전 트렌드였던 ‘갓생(계획적이고 모범적인 하루를 사는 삶의 태도)’과도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갓생이 하루를 부지런히 채우는 총량의 태도였다면, 맥싱은 삶을 잘게 쪼갠 뒤 각각의 요소를 개별적으로, 그것도 최대치까지 파고드는 태도에 가깝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가 아니라 “나는 수면의 질을 몇 점까지 끌어올렸다”라거나 “내 단백질 섭취량은 목표치를 넘겼다”처럼, 관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이 수치화되고 최적화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이런 극단적 최적화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옷을 입는 즐거움 자체를 극대화하자는 ‘윔지맥싱(Whimsymaxxing)’ 같은 흐름도 패션계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자기 관리에 지친 이들이 이제는 기쁨과 장난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인데, 이 역시 결국 ‘맥싱’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변주라는 점이 재미있다.


그런데 미니멀리즘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여, 일 또는 물질 소유를 최소화, 단순화하는 삶의 양식을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미니’의 반대 개념인 ‘맥스’가 트렌드로 등장하니 약간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두 트렌드 모두 ‘더 나은 삶’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지만, 그 방향과 태도는 정반대에 가깝다. 그 차이를 표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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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두 트렌드가 사람들에게 주는 심리적 보상은 결국 ‘통제감’으로 같다는 사실이다. 미니멀 라이프가 불확실한 삶 속에서 무언가를 덜어냄으로써 안정을 찾으려 했다면, 맥싱은 반대로 무언가를 채우고 수치화함으로써 같은 안정을 찾으려 한다. 결국 두 흐름 모두, 내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싶다는 같은 욕망의 서로 다른 얼굴인 셈이다.


지금의 맥싱 트렌드가 젊은 세대나 SNS 중심의 단발적인 화제가 아니라 시대를 드러내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몇 가지 조사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소셜 리스닝 기업 ‘멜트워터’가 X, 틱톡, 핀터레스트, 레딧 등 20여 개 플랫폼을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맥싱’ 관련 언급이 같은 기간 동안 96% 증가했고, 관련 게시물의 참여도(engagement)는 20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참여도가 높았던 게시물 표본을 살펴보면 약 36%가 룩스맥싱을 비롯한 외모 관련 콘텐츠였지만, 이제는 생일 파티 준비 과정을 극대화한 ‘버스데이맥싱’처럼 일상의 소소한 순간까지 이 단어가 붙을 만큼 쓰임이 넓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구글 역시 올해 여름 미국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트렌드 리포트에서 이 계절을 아예 ‘맥싱의 여름(Summer of Maxxing)’이라 이름 붙였다. 그중에서도 수면을 다루는 ‘슬립맥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틱톡에서는 관련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가 2억 회를 넘어섰고, 글로벌 웰니스 조사기관인 GWI(Global Wellness Institute)도 슬립맥싱을 올해의 주요 웰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이다.

국내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수면 관련 용품의 거래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수면 안대, 귀마개, 수면 유도 영양제,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까지, 잘 자기 위한 소비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전에 새로운 단어로 등재될 만큼 언어 자체가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흐름이 일시적인 밈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신조어가 사전에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이 단어가 특정 세대나 커뮤니티를 넘어 대중적인 언어생활 속으로 들어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싱 트렌드를 마케팅 담당자들이 그냥 둘 리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건강식 브랜드 퍼렐리 엘리자베스(Purely Elizabeth)는 최근 신제품 ‘프로틴 앤션트 그레인 그래놀라’를 내놓으며, 요즘 유행하는 ‘프로틴맥싱’ 현상 자체를 살짝 비틀어 풍자하는 캠페인을 선보였다. 단백질에 집착하다시피 매달리는 요즘 소비 트렌드를 유쾌하게 짚어내면서도 정작 자사 제품은 그 트렌드에 정확히 올라타는 영리한 전략을 택한 것인데, 이 제품은 출시 첫 달 만에 카테고리 판매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었고, 회사는 미국 그래놀라 시장에서 매출·판매량 기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시 마케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영국에서는 런던에서의 삶을 최대치로 누리자는 ‘런던맥싱’이라는 표현이 언론과 지역 경제 담론에까지 등장하며, 침체된 도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낙관적 서사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앞서 언급한 29CM처럼 유통 플랫폼들이 수면·건강 카테고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이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헬스&뷰티 스토어들 역시 단순 화장품 유통을 넘어 건강기능식품과 수면 보조 용품 코너를 빠르게 확장하며, 소비자의 관리 대상이 늘어난 만큼 매대를 세분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오히려 정반대 방향의 흐름도 감지된다. 자기 관리에 지친 소비자들을 겨냥해 ‘즐거움 자체를 극대화하자’라는 윔지맥싱적 무드를 내세운 컬렉션과 캠페인이 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맥싱 트렌드가 단일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소비자의 피로감까지 감지하며 스스로 변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입장에서 맥싱은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나는 소비자의 최적화 욕구에 실질적인 도구(보충제, 수면용품, 트래킹 기기)를 제공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그 욕구 자체를 유쾌하게 관찰하고 살짝 비트는 방식이다. 전자가 ‘기능’으로 다가간다면, 후자는 ‘공감’으로 다가간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지금, 비움이 아니라 채움을 택하게 됐을까. 몇 가지 사회심리학적 배경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로, 불확실성 속 통제감에 대한 갈망을 들 수 있다. 고용 불안, 자산 격차,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다. 거시적인 삶의 방향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오늘 밤 몇 시간을 어떻게 잤는지, 오늘 단백질을 몇 그램 섭취했는지는 스스로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를 외부에서 내부로, 아주 작은 단위까지 끌어당기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수치화된 자아, 이른바 ‘퀀티파이드 셀프(Quantified Self)’ 문화의 확산을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스마트워치와 각종 헬스 앱이 수면 점수, 심박 변이도, 걸음 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면서, 우리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데이터로 인식하는 데 점점 익숙해졌다. 데이터로 보이는 것은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고, 이 믿음이 곧 맥싱의 동력이 된 셈이다. 무언가를 측정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최대화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셋째,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비교가 가능해졌다는 사실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과거의 사회적 비교가 이웃이나 동료라는 한정된 대상과의 비교였다면,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통해 매일 눈앞에 도달한다. ‘적당히 잘 지내는 삶’은 더 이상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고, ‘최대치로 관리된 삶’이 새로운 기준선이 되었다. 이 기준선에 맞추려는 압박이 자연스럽게 맥싱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넷째, 완벽주의의 대중화도 배경 요인이다. 심리학에서는 완벽주의를 스스로에게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는 ‘자기지향적 완벽주의’와, 타인이나 사회가 부과한 기준에 맞추려는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로 나눈다. 맥싱 트렌드는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나타나는 대중적 현상에 가깝다. 소셜미디어 속 ‘완벽하게 관리된 루틴’이라는 사회적 기준이 개인의 자기지향적 기준과 결합하면서, 삶의 사소한 영역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설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피로감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적게 소유하라”, “불필요한 것을 버려라”라는 메시지 역시 오랜 시간 지속되면 또 하나의 규범이자 압박으로 다가온다. 비움을 강요받는 데 지친 사람들이, 이제는 반대로 “원하는 만큼 채워도 괜찮다”라는 메시지에 해방감을 느끼며 옮겨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맥싱은 자기계발 열풍, 웰니스 산업의 성장, 소셜미디어의 비교 문화, 그리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통제 욕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영역이든 극단적인 최적화 추구는 번아웃이나 강박으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실제로 룩스맥싱 같은 일부 파생어는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비움에서 채움으로, 미니멀에서 맥싱으로. 트렌드의 진자는 다시 한번 반대편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두 흐름을 관통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내 삶의 한 조각만이라도 스스로 완성해 보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비움이든 채움이든 결국 같은 자리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