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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4] 달콤한 성공 인증 트로피, 케이크 이야기

크리스마스가 자리한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케이크. 호텔이나 제과점 등에서는 일 년 중 가장 케이크 수요가 많은 시기에 앞다투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미각을 만족시키는 케이트를 선보이고 있다. 2025년 연말도 예외는 아니었다.신라호텔이 하루 3개 한정으로 내놓은 ‘화이트 트러플 케이크’는 50만 원으로 케이크 최고가를 경신했고, 워커힐호텔은 38만 원, 웨스틴 조선호텔은 35만 원의 케이크를 선보이면서 호텔 케이크는 1년 사이에 10만 원 정도 가격이 올랐다. 이런 케이크들은 대관람차 형상이나 금박 장식 등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져서 ‘예술품’을 구매하는 느낌을 줄 정도라 한다.그런데 이런 고가의 케이크. 고물가, 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해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불황’이라 진단받고 있는 2025년 연말에 왜 이리 주목받고 잘 팔리고 있는 것일까?케이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한 변화를 겪은 음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케이크는 태양과 달을 형상화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고,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설탕, 버터, 향신료와 같은 귀한 식재료가 더해지자 케이크는 왕실과 귀족의 부를 과시하는 도구로 변모했다.케이크와 관련해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일 것이다. 이 말은 18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 서민들의 굶주림을 무시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이라고들 알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9살 때 쓰인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에서 ‘한 지체 높은 공주’가 한 말이라면서 등장한 이야기이니 아마도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오해의 중심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와 브리오슈>     * 그림:‘마리앙투아네트와 장미’_엘리자베트 비제 르 브룅(1783)  * 사진: ‘Brioche’ from Wikimedia Commons 게다가 원래는 프랑스어로 “Qu'ils mangent de la brioche!”, 그러니까 “브리오슈를 먹게 하세요.”라는 표현이 영어로 “Let them eat cake”로 번역되어 이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그냥 사용하고 있어 생긴 오해이다.브리오슈(brioche)는 달걀과 버터를 넣어 맛을 돋운 고급 빵이기 때문에, 이 말은 권력층의 무관심과 서민의 고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되었는데, 그만큼 케이트 자체가 서민과는 거리가 있는 먹거리였다는 뜻이다.특히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결혼식에서 선보인 거대한 ‘화이트 웨딩 케이크’는 순백의 정제 설탕이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부의 척도였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특별한 날의 케이크'라는 공식이 완성되었다. 즉, 케이크는 탄생의 순간부터 이미 맛 그 이상의 ‘계급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연말에 팔리는 예술품 수준의 케이크의 비싼 가격은 단순히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분명 계급적 가치, 즉 ‘이걸 살 수 있는 나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야. 난 나름 돈 좀 있는 사람이지’라는 자본주의의 계급적 우위성을 보여주는 데에 안성맞춤인 소비재일 것이다.현대소비사회에서 경제적, 계급적 우위는 소비자가 단순히 자기 혼자 그렇게 느끼면서 만족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네트워크 시대의 소비자는 ‘이걸 살 수 있을 만큼 난 잘 살아왔으니 이 정도는 나에게 선물을 해도 괜찮아’라는 ‘셀프 보상’과 함께, ‘이 정도의 나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과시’의 욕구를 고가의 케이크를 통해 충족하고 있다. 그래서 SNS에 사진을 올려 이 고가의 케이크를 소비하는 모습을 자랑하고 인증하는 플랫폼 문화가 결합하면 그야말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의 정점을 찍게 된다. 식료품, 화장품, 생활용품과 같이 비교적 작고 소소한 제품을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것으로 구매하는 스몰 럭셔리는 2023년 우리 사회의 소비 키워드로 자리 잡은 이후 확대되어가는 추세이다. 큰 사치는 부릴 수 없어도, 작지만 고가의 소비재를 통해 만족감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이 연말 고가의 케이크 시장에 반영된 셈이다.하지만 여기에는 단순한 보상심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SNS에 올라오는 케이크 사진을 보면 마치 “이걸 보라니까!. 나는 이런 케이크를 소비할 수 있을 만큼 성공했어!”라는, 마치 사람들에게 우승 프로피를 높이 들어 보여주는 챔피언의 의기양양함이 보이는 듯하다. 고가의 한정판 케이크가 소비사회의 승리자가 자신의 성공을 인증하는 트로피로써 말이다.  < 트로피형 케이크를 만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 AI생성 이미지   ‘적을 이긴 표지’라는 뜻의 그리스어 ‘트로파이온(tropaion)’을 어원으로 하는 트로피(trophy)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전쟁 승리 후 적군에게서 빼앗은 무기, 투구, 방패 등을 전리품으로 나무에 걸어두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승리를 과시하고 적에게는 경고의 의미를 지녔던 트로피는 18세기 초 영국 앤 여왕 시대의 승마 대회 우승자에게 술을 따라 마실 수 있는 축배의 의미로 컵 모양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현대 소비사회에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트로피는 반드시 컵 모양을 하고 있지는 않다. 반짝이는 반지, 네 바퀴의 자동차, 잘 빠진 양복, 금줄이 박힌 명함, 한정판 스니커, 고급 오마카세 코스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고가의 한정판 케이크도 새로운 트로피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뿐이다. 승리자는 자신이 승리했다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트로피를 손에 들고 보여줌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성공과 업적을 과시한다. 트로피를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도 이 트로피를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한다. 트로피는 가진 자와 원하는 자의 욕망의 매개물이다. 그러니 단순하게 ‘왜 그 비싼 케이크를 쓸데없이 소비하느냐?’라며 허영심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케이크가 담긴 SNS의 사진 한 장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올해도 잘 버텼다’라는 자신에 대한 위로와 함께, ‘게다가 나는 경쟁에서 승리한 존재’라는 트로피를 보여주는 것이니.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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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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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3] 사회적 고립, 조사도 연결이다

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Research Lounge_3] 사회적 고립, 조사도 연결이다차가움이 피부로 스며드는 겨울이 되면 사람들과 나누는 정이 더 그리워진다. ‘따뜻한 정’이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의 따뜻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이 필요한 겨울, 더 사람이 그리워진다. 함께 하는 긍정성이 더욱 그리워진다.겨울 추위가 문을 열고 들어서던 2025년 12월 초, 수도권의 한 지자체가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에 의뢰하여 진행한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위해 출장을 다녀왔다. 최근에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주제라 그런지 지자체 내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계자들이 참석해 주었다.‘사회적 고립’하면 일반 대중은 가장 먼저 고독사를 떠올릴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11월 27일 공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2023년보다 7.2%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 건수는 7.7명으로,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비율은 1.09명이다. 100명 중 한 명은 고독사로 사망한다는 말이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출처: 보건복지부,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2025년 *image:‘Helpless’icon by Lars Meiertoberens from the Noun Project국민권익위원회가 2025년 12월 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민정책 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3,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6.7%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어쩌면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는 외로움의 부정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그래서 정부도 이 문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 2026년에 전국 단위의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를 실시해 위험군 규모와 특성을 정밀 파악하고, 고독사 예방 사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청년·중장년·노인 등 생애 단계별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도 2026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고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였다. 서울시의 관련 프로젝트와 자문회의 등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고, 사회적 고립에 대한 개인적 생각과 의견을 정리하여 『외로움의 함정』을 출간했는데, 내내 머리를 맴도는 것은 ‘왜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빠지는가?’였다.우리는 흔히 사회적 고립은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의 따돌림이나, 개인적 성향, 아니면 부모의 학대나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 장애 등 특정한 하나나 두 개의 요인이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립이나 은둔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일단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에서의 가벼운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일상적 외로움은 쉽게 해결될 수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을 흔드는 사건이나 사고, 또는 인식의 변화가 발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화적 외로움의 단계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지만 고립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다시 무언가의 사건, 사고, 생활의 변화가 일어나면 사회적 고립이 일어난다. 사건이나 사고가 반복된다면 고립적 단계로 나아가는 속도와 힘이 강해진다.   출처: 이완정, 『외로움의 함정』, 46쪽, 더디퍼런스, 2025그렇기에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과 경향, 다양한 사건과 사고, 그리고 사건과 사고를 바라보는 인식 등 정말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립적 단계에 접어들고 머물게 된다.이번에 올림에서 실시한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는 고립 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했는데, 여기에서도 복합적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해주었다.“우리가 고립이나 은둔을 선택하는 건 단 한 번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는 거를 진짜 다른 사람들에게 정말 다 얘기해 주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의지가 약하고 한심하고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우리를 한심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많은 계기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고립, 은둔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이유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에요.”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면 병이 낫는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니 고립의 원인을 찾아내서 해결하면 고립의 문제도 해결되리라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 인식 등이 얽혀 있다 보니 접근이 쉽지는 않다.그래서 고립과 은둔의 계기를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장기간의 사건과 사고가 중첩되어 발생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한 사람의 고립과 은둔을 진단할 때도 개인 기질과 특성, 학교 환경과 교우 관계, 가정환경과 부모와의 관계, 경제환경, 질환관련 요인, 주변 사회공동체의 특성, 국가나 시대의 시스템 특성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누군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고립 청년과 부모들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런 말들을 해주곤 했다. “사실 저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혼자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 해봤자 이해해 주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도 하고, 실제로 이야기를 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저희를 인터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네요. 인터뷰 시간 내내 제가 뭔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과 대화하는 게 괜찮은 일이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감사합니다.”고립을 푸는 것은 결국 연결일 수밖에 없다. 조사라는 명목일지라도, 그들과 내가 한 시공간에서 연결되었기에 그들의 고립을 조금이라도 다독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보는 겨울이다._ 이완정_『외로움의 함정』 저자/(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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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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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3] 외로움의 진화_③나의 긍정고독 수준은?

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Trend Insight_3] 외로움의 진화_③나의 긍정고독 수준은?얼마 전에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을 하는 지인을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여름에 출간한 책 『외로움을 소비하는 사회』의 편집을 도와주었는데 한 해가 가기 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는 아직 미혼인 40대 초반으로, 중견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몇 해 전부터 독립해서 프리랜서로 편집작업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시간을 혼자서 작업하며 보낸다고 한다. 그래도 전에는 많은 사람과 만나서 협업도 하곤 했는데 지금은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하길래 혼자 작업하다 보면 외롭거나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말한다.“독립하고 처음에는 자유로우니 너무 좋더라고요. 근데 조금 지나니 역시 외롭고 일이 잘 안 될 땐 우울한 시간도 보내게 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루틴이 생기니까 오히려 더 괜찮아요.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요령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의 말은 아무리 자발적 외로움이라도 100%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수 있지만 생각하고 적응하기에 따라서는 외로움을 수용하는 태도와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그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그럼 혹시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성을 측정하는 척도가 있다면 나는 어떤 수준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혹시 학문적으로는 연구가 있지 않나 해서 논문 검색을 해보다 “대학생의 안정애착과 긍정고독의 관계에서 자기분화와 사회적 자기효능감의 순차적 매개효과”라는, 2025년 8월에 제출된 석사학위 논문을 만나게 되었다.학문적으로 긍정고독(positive solitude)은 ‘혼자만의 시간을 추구하거나 즐길 수 있는 긍정적 경험을 포함하여, 외로움과 고독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경험하는 역량’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혼자 일할 때도 타인이 아니라 자신과의 긍정적인 연결감을 느끼는 역량으로, 외로움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여 혼자 있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 긍정고독은 해외에서도 비교적 최근에야 학문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국내에서는 아직 학위 논문도 두세 편 나온 정도이니 연구 초기 단계로 보인다.논문에서는 긍정고독을 9개의 문항으로 물어보았다. 각 문항은 5점 척도로 되어 있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긍정고독이 높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점수가 높을수록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외로움의 상황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높다고 할 수 있다.자 그럼, 자신은 얼마나 외로움과 고독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9개 문항을 체크해 보도록 하자.*출처: 정승연, “대학생의 안정애착과 긍정고독의 관계에서 자기분화와 사회적 자기효능감의 순차적 매개효과”, 부산대학교 석사학위 청구 논문, 67쪽, 2025   모두 다 체크했다면 9개 문항의 점수를 모두 더하고 이를 9로 나누어 평균 점수를 내보자. 예를 들어 더한 점수가 38점이라면 이를 9로 나눈 평균 점수는 4.22가 된다. 평균 점수 5점이 만점이니, 4.22라는 평균 점수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4.22라는 숫자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 논문에서 사용한 이 척도 자체는 어떤 점수 구간이 역량이 있고 없고를 판단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문에서 제시된 대학생 310명의 긍정고독 평균 점수인 3.97과 표준편차 0.67을 참고로 수준을 가늠해보자. 생성형 AI인 퍼플렉시티의 도움을 받아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로 20% 구간별 평균 점수를 산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러니까 평균 점수 4.22는 긍정고독 역량이 그래도 상위 20~40% 구간에 해당하니 어느 정도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긍정적 방식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런 방식으로 대략적인 자신의 긍정고독 수준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해석에 조심해야 한다. 우선 위의 구간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근거로 했으니 40대 이상이나 15세 미만이라면 구간 평균 점수가 다소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긍정고독은 타고난 성격 특성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하고 훈련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학자들이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성이 있는 심리적 역량이니, 혹시 하위 집단에 해당하는 평균 점수가 나왔다 하더라도 언제든 학습과 경험 등을 통해 변화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함께 할 때 더 계획도 잘 세우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도 하니 자신이 그런 경향성이 있다면 긍정고독의 수준이 낮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그런데 다시 9문항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끄럽고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다’라고 답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논문에서 대학생의 평균 점수 3.97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어쩌면 앞으로의 사회와 시대는 긍정고독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긍정고독과 함께 타인과 함께 하는 긍정성의 역량도 균형을 잡아가기, 그런 방향으로 외로움이 진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 관리자
  • 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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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2] 콘텐츠의 자원이 되는 숲을 보다

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Research Lounge_2] 콘텐츠의 자원이 되는 숲을 보다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은 2023년부터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숲과 관련된 다양한 조사연구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운전하면서 창문 밖으로 스치는 산이나 숲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든다. 특히 푸르름으로 뒤덮인 여름 산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산천이 참으로 많은 숲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서 무릎 관절염으로 등산을 자주 하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꾸역꾸역 나무와 숲을 만나러 가게 된다.11월 중순, 가을 색으로 영롱한 숲을 만나러 남산에 다녀왔다. 10월에 열린 ‘남산 하늘숲길’이 궁금해서였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휠체어, 유아차는 물론이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까지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완만한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둘레길로 쉽사리 즐기지 못하는 처지에서 보자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카메라에 아름다운 숲의 모습과 색을 카메라에 담고 있자니 정말 우리나라의 숲은 어디에 내어놔도 손색이 없는 또 다른 콘텐츠의 자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나라의 산림 비율은 2020년말 기준으로 62.6%. 전체 국토면적 10,041천ha 중 6,298천ha가 산림이라고 한다. 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산과 숲의 나라인 셈이다. 지난여름,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에 놀러 가던 길이었다. 보조석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딸이 이런 말을 했다.“학교에서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해서 교육을 통한 인력 자원이나 콘텐츠와 같은 무형의 자원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고 배웠거든. 그런데 봐봐. 저렇게 숲이 많잖아. 저것도 자원일 텐데, 숲을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도 자원 부국 아닌가?”숲을 채우고 있는 나무는 물론이고, 나무의 열매인 밤, 감, 은행, 도토리, 산딸기와 같은 과실류, 표고, 송이, 능이, 목이 등의 버섯류, 더덕, 고사리, 고비, 도라지, 취나물, 땅두릅, 쇠비름 등의 산나물류, 천마, 작약, 결명자, 구절초, 당귀와 같은 약초류, 오미자, 오갈피나무, 구기자나무, 옻나무 등의 약용류, 그리고 야생화, 이끼류뿐만 아니라 수액이나 나무뿌리, 나무순도 모두 숲이 주는 자원이다. 이런 자원은 순수하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키우고, 가꾸고, 다듬어서 자원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임업진흥원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산나물인 쇠비름은,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물로 그동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토피, 여드름 등 피부질환 대한 효능과 오메가3와 칼륨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쇠비름 효능과 먹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https://www.kofpi.or.kr/info/imupStory/forestStory_01view.do출처: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그런데 이제 이런 숲의 자원의 활용도가 하나 더 늘어나서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바로 치유와 힐링의 자원으로 말이다. 숲의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의 흐름을 안으로 들이고, 나무를 보면서 채움과 비움의 뜻을 배우고, 숲의 맛이 담긴 자연식을 먹으면서 자연의 건강을 채우고, 숲속의 시공간에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숲은 우리의 시공간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인 셈이다.그래서 그런지 요즘 ‘숲 치유’가 인기여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치유의 숲’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특히 피톤치드, 음이온 등을 많이 내뿜는 편백나무나 잣나무, 소나무 숲에 머물 수 있는 곳이 인기이다. 현재 치유의 숲은 국립 21곳, 공립 44곳, 민간 2곳으로 총 67곳이 운영되고 있다. 산림청의 국립 치유의 숲 이용자 조사만 봐도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 2021년 47만 1,769명에서 2024년 60만 6,089명으로 3년 새 28%나 증가했다.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는 예산 투입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단순하게 숲길을 걷는 것에서 벗어나 물을 활용한 수치료, 명상, 다도, 산림욕, 전문장비를 이용한 건강 체크까지를 방문자에게 제공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음악, 그림, 영화, 문학과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처럼 이제는 숲도 치유의 콘텐츠로 시민권을 획득한 셈이다.개인적으로도 치유의 콘텐츠인 숲과 인연이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산림과학원의 의뢰를 받아 ‘산림치유 기능 확대를 위한 산림휴양의학 도입 방안 연구’를 6개월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힐링과 치유의 단계에서 조금 더 나아가, 휴양의학의 자원으로 숲으로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독일, 뉴질랜드,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기반으로 나름대로 고민한 시간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산림휴양의학의 4가지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가장 적합하고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모델이 도시숲을 활용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도시 안팎에는 산과 숲이 가까이 있으니 가능한 모델이다.  숲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나무, 버섯, 열매처럼 숲이 품고 있는 많은 생명뿐만 아니라, 숲이 지닌 공기와 빛과 색까지도 우리의 심신 건강을 위해서 내어준다. 차가운 겨울이지만, 그럼에도 숲에 갈 일이다. 잎은 떨구었지만 더 강한 생명력으로 숨 쉬고 있는 숲을 바라보고 사랑할 일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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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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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2] 외로움의 진화_②자발적 외로움이라는 욕구

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Trend Insight_2] 외로움의 진화_②자발적 외로움이라는 욕구 외로움은 분명히 관계, 관심, 애정, 그리고 이해의 결핍이나 결여 등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정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홀로’라는 상태와 ‘외로움’이라는 정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를 만나고,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런데 외로움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이 담긴 단어는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곤궁하다, 괴롭다, 삭막하다, 쓸쓸하다, 덩그렇다, 적적하다’와 같은 부정적 의미와 함께, ‘조용하다, 호젓하다, 고요하다, 자유롭다’와 같은 긍정적 느낌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외로움의 부정성에 주목하는 바람에, 외로움이 주는 긍정성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외로움이 지닌 이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은, 영어 단어를 보면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어에서 외로움은 흔히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하는 ‘loneliness’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외로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단어인 ‘solitude’를 사전에서 찾으면‘(특히 즐거운) 외로움, 고독’이라고 나와 있다. 홀로 있으면 쓸쓸한 외로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부정과 긍정의 밀당이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숨어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외로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2024년 발표한 <2024 ‘나홀로 활동’, ‘나홀로 공간’ 관련 조사>의 결과를 보면 홀로 보내는 시간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1.8%에 불과한 데에 비해, 그 시간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느낀다는 응답자 비율이 무려 62.3%나 되었다. 관계에 피로도를 느끼는 현대인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홀로됨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엠브레인, <2024 ‘나홀로 활동’, ‘나홀로 공간’ 관련 조사> 2024년   *image:‘Photograpy’icon by Vectors Market from Noun Project외로움의 긍정성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홀로됨을 선택하여 외로움에 빠져보는 ‘자발적 외로움’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혼자의 삶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서 개인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를 잘 궁리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욕구이며, 적극적으로 자기 혼자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그 시공간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가치 있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고, 맛집을 방문하는, 조용히 책을 읽고, 숲속의 ‘1인 스테이’를 방문하기도 한다. 자발적 외로움은 일상적인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효과는 물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에 돌아보는 기회를 부여하면서 생활의 회복 탄력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자발적 외로움의 욕구가 점차 시민권을 확보하자 몇 해 전부터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영역도 이런 욕구에 응답하기 시작해서 ‘솔로(solo) 마케팅’이나 ‘싱글(single) 마케팅’이란 용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관련 상품으로 심지어 1인용 조립 공간이 판매되기도 한다.   * 미국 코스트코에서 판매하고 있는 Solitude Shed 홀로의 시공간을 찾아 자발적 외로움을 추구하는 시대. 오래전부터 자발적 외로움은 수행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젠 그런 커다란 의미가 아닌 일상의 스트레스와 흐트러진 자신을 정비하기 위해 우리는 홀로의 시공간을 찾는다. 고독과 외로움도 시대와 사회에 맞춰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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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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