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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 외로움의 진화_②자발적 외로움이라는 욕구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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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Trend Insight] 외로움의 진화_자발적 외로움이라는 욕구


외로움은 분명히 관계, 관심, 애정, 그리고 이해의 결핍이나 결여 등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정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홀로라는 상태와 외로움이라는 정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를 만나고,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런데 외로움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이 담긴 단어는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곤궁하다, 괴롭다, 삭막하다, 쓸쓸하다, 덩그렇다, 적적하다와 같은 부정적 의미와 함께, ‘조용하다, 호젓하다, 고요하다, 자유롭다와 같은 긍정적 느낌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외로움의 부정성에 주목하는 바람에, 외로움이 주는 긍정성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외로움이 지닌 이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은, 영어 단어를 보면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어에서 외로움은 흔히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하는 ‘loneliness’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외로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단어인 solitude’를 사전에서 찾으면(특히 즐거운) 외로움, 고독이라고 나와 있다. 홀로 있으면 쓸쓸한 외로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부정과 긍정의 밀당이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숨어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외로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2024년 발표한 <2024 ‘나홀로 활동’, ‘나홀로 공간관련 조사>의 결과를 보면 홀로 보내는 시간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1.8%에 불과한 데에 비해, 그 시간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느낀다는 응답자 비율이 무려 62.3%나 되었다. 관계에 피로도를 느끼는 현대인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홀로됨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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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엠브레인, <2024 ‘나홀로 활동’, ‘나홀로 공간관련 조사> 2024

   *image:‘Photograpy’icon by Vectors Market from Noun Project



외로움의 긍정성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홀로됨을 선택하여 외로움에 빠져보는 자발적 외로움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혼자의 삶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서 개인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를 잘 궁리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욕구이며, 적극적으로 자기 혼자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그 시공간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가치 있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고, 맛집을 방문하는, 조용히 책을 읽고, 숲속의 ‘1인 스테이를 방문하기도 한다. 자발적 외로움은 일상적인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효과는 물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에 돌아보는 기회를 부여하면서 생활의 회복 탄력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자발적 외로움의 욕구가 점차 시민권을 확보하자 몇 해 전부터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영역도 이런 욕구에 응답하기 시작해서 솔로(solo) 마케팅이나 싱글(single) 마케팅이란 용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관련 상품으로 심지어 1인용 조립 공간이 판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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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코스트코에서 판매하고 있는 Solitude Shed 



홀로의 시공간을 찾아 자발적 외로움을 추구하는 시대. 오래전부터 자발적 외로움은 수행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젠 그런 커다란 의미가 아닌 일상의 스트레스와 흐트러진 자신을 정비하기 위해 우리는 홀로의 시공간을 찾는다. 고독과 외로움도 시대와 사회에 맞춰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