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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 여러분의 리서치는 AI를 활용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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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는 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의 리서처들이 현장에서 리서치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나 리서치 관련하여 알리고 싶은 정보를 함께 나누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Research Lounge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Research Lounge] 여러분의 리서치는 AI를 활용하고 있나요?


 조사회사는 주제 정보를 탐색하여 기획안을 만들고, 정량 설문문항과 정성 인터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응답자를 선정해 조사를 실시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담아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렇게 제대로 설계된 리서치 과정은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하고 아무리 짧아도 몇 주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고, 종이 설문지를 이용해서 면접원들이 일일이 응답자를 찾아다녔던 시대에는, 모든 리서치 과정은 그야말로 땀과 눈물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AI 시대. 특히 챗GTP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과거와 같은 땀과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이제는 설문조사를 포함한 리서치 활동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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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중고등학생들도 탐구활동을 하면서 챗GTP로 주제 관련 정보를 찾고, GTP로 설문문항도 만들고, 구글 폼(Google Forms)이나 네이버 폼을 이용해 응답을 받고, 자동으로 제시되는 그래프를 복사해서 보고서에 붙여 탐구보고서를 완성하는 시대이다. 조금 더 요령이 있는 학생들은 조사결과를 다시 챗GTP 프롬프트에 입력하고 탐구활동 결과의 시사점을 알려줘라고 물어보는 정도이다. 정보 탐색부터 조사결과의 분석과 의미 부여까지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예전이라면 SPSS, SAS 등의 전문 통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통계분석까지 챗GTP에 엑셀 데이터를 입력해서 해내는 고등학생도 있다.


 대학생들이라면 데이터 분석 전문 AI인 줄리어스(Julius.ai)나 파워드릴(Powerdrill.ai) 등을 활용해서 통계적 가설 검정 분석까지 쉽게 해낼 수 있다. 이렇게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AI를 활용해서 설문조사도 척척 해내고 다양한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시대이니, 조사회사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기관도 AI를 업무에 활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리서치 업무에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서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하거나 요점을 도출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시장조사나 사회조사에서 지적되어왔던 응답자 특성에 따른 데이터의 편향성, 설문 응답 수집과 분석에 걸리는 많은 시간, 빠른 시장과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연성, 전문 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고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을 AI를 활용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더욱 빠르게, 오류를 줄이면서, 저비용으로 리서치가 가능해진 셈이다. 그럼 리서치 업무에서 AI는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을까.


 ㈜오픈서베이가 리서치 업무 관계자 4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Research Transformation Report 2025>의 결과를 보면 현재 리서치 업무에 AI를 활용 중이라는 응답은 28.3%, 현재는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시도해 보려고 한다는 응답은 59.6%였다. 또한, 현재 AI는 참고 자료 검색(56.7%), 정량 질문지 작성(52.2%), 결과 요약(50.0%), 결과분석 및 인사이트 도출(47.8%), 데이터 정리와 처리(41.0%), 정성 인터뷰 가이드라인 작성(39.6%) 등의 업무에 많이 활용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에게 향후 AI 활용이 기대되는 업무를 물어본 결과, 현재 많이 활용하는 모든 업무에서 10%p 가까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고, 특히 설문 응답 수집(11.2%p 증가)와 정성 인터뷰 가이드 작성(10.4%p 증가) 업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리서치의 미래와 관련하여 응답자의 79.5%AI, 88.4%는 플랫폼과 분석 툴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Research Transformation Report 2025> 조사결과를 보면 이미 참고 자료를 검색하고 정보를 취합하는 리서치의 첫 단계부터, 제안서를 만들고, 정량 질문지와 정성 인터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응답을 수집하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분석 및 요약하고,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모든 리서치 단계에서 활용도의 비중은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해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 리서치 업무에 혁신을 가져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초 금융기관의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비롯한 IT 기술이 미친 영향을 직접 경험했다. 당시 정보의 바다라고 인터넷에서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새로운 과제였다. 그래서 연구소에서는 서처(searcher) 제도를 만들고, 각국의 경제 동향과 경영 전략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연구원에게 제공하는 서처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제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연구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서처가 검색해서 제공하는 정보나 데이터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었고, 서처가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연구원의 업무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정보와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찾아내는가가 아니라, 리서치에 적합한 필요 정보를 선별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셈이었다. 금융 패널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데이터베이스 운용 기술을 적용해서 빠르고 쉽게 진행되리라 예상했지만, 조사의 질과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조사를 기획하고 적절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연구원 개인의 능력이었다.


 리서치는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업무이니 당연히 IT 기술의 발달할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더불어 리서치 업무도 진화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심에 있는 건 언제나 기술을 다루고 활용하는 사람, 즉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능력이다. AI가 바꾸고 있는 리서치 비즈니스를 오늘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중요한 건 기술보다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