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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21] 리서치업계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다?!

이전에 함께 리서치업계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얘기가 나온다. “예전에 같이 입찰에 참여했던 회사들이 요즘 잘 보이지가 않아요.”“그 많던 중견 리서치회사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그저 몇몇 사람들의 체감이나 소문 정도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이 이야기가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서 그리고 여러 자리에서 반복해서 들리기 시작하니 어느 순간부터 “혹시 이게 정말 업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흐름은 아닐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사실 이런 식으로 한 업계의 ‘허리가 얇아지는’ 이야기는 리서치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대형사는 수도권 재건축이나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독식하며 호실적을 자랑하는 반면, 중소·전문 건설사들은 수주 절벽과 자금난에 시달리며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제조업 전반에서도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대기업 생산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중소기업 생산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통계로 확인되기도 한다.자본시장은 또 어떤가. 몇몇 거대 종목으로 투자금이 쏠리면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우려가 거의 매일 같이 신문 지면이나 TV 뉴스에 등장한다. 이런 흐름을 보면, ‘중견 리서치회사의 감소’라는 이야기 역시 리서치업계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여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좀 더 큰 흐름의 한 단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업계도 그렇다니까, 우리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일은 아닐 듯싶다.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하고 검색을 해보니, 일본 리서치업계도 많은 중소 리서치회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제로 업계에서 사라지는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우리나라에서도 중견 리서치회사가 감소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먼저 느낌이나 인상만으로 판단하면 곤란하니,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숫자로 확인해 보기 위해 실제 매출 데이터부터 살펴보자. 국내 업계를 매년 추적해서 회사별 순위를 발표하는 자료들을 보면, 지난 몇 년간의 흐름이 꽤 뚜렷하게 드러난다.B&K 마켓 인텔리전스가 매년 발표하는 국내 리서치회사 순위의 2025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권 회사들의 사정은 나쁘지 않다. 한국리서치는 매출이 700억 원대를 넘어서며 전년보다 8% 성장했고, 오랜 기간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칸타코리아 역시 700억 원대 초반의 매출을 유지하고, 입소스코리아와 마크로밀엠브레인도 500억 원대 매출로 안정적인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론조사·공공조사 쪽에서는 정치 이벤트의 특수를 누린 케이스탯리서치(+21%), 넥스트리서치(+19%), 글로벌리서치(+15%) 같은 회사들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문제는 중위권이다. 같은 순위표 안에서 나란히 놓고 보면, 매출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든 회사들이 유독 이 구간에 몰려 있다. 한 해 사이 매출이 30% 가까이 빠진 곳도 있고, 25%, 27% 감소한 곳들도 눈에 뛴다. 상위 10위권 안의 대형사들이나, 반대로 하위권의 특화된 소형사들과 비교했을 때, 정확히 중간층에 해당하는 회사들에서 감소 폭이 유독 크게 눈에 들어온다. 물론 매년 순위가 바뀌고 특정 프로젝트 하나에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업계 특성상 일회성 등락일 수도 있지만, 이런 흐름이 한 해가 아니라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시장 전체 규모로 봐도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한국조사협회(KORA)에 소속된 회원사는 대략 50여 개로, 국내 리서치 시장 전체 규모는 8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시장 규모의 상당 부분을 상위 몇 개 회사가 차지하고, 나머지 다수의 중소·중견 회사들이 남은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른바 ‘허리가 얇아지는’ 현상, 즉 대형사와 소형·특화사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거나 오히려 성장하는데, 그 중간에 있는 회사들만 유독 압박을 받는 모습이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셈이다.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규모와 포지셔닝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인력 구조를 봐도 비슷한 신호가 읽힌다. 대형사들은 매출과 함께 인당 매출 지표(직원 1인당 벌어들이는 매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편인데, 이는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프리미엄 덕분에 가격 협상력을 어느 정도 지켜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매출이 급감한 중견 리서치회사 중 상당수는 인당 매출이 1억 원 안팎, 혹은 그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정비 성격이 강한 인건비는 쉽게 줄이기 어려우니, 수익성은 매출 감소폭보다 더 크게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한두 해가 아니라 몇 년째 누적되면, 결국 사업을 접거나 대형사에 인수되거나, 혹은 조직 규모를 대폭 줄여 사실상 중견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이탈하는 회사들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수 있다.그러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견 리서치회사의 감소’는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실제 매출 데이터와 업계 구조 변화로 뒷받침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확히는 “회사 숫자 자체가 하루아침에 급격히 줄어들었다기보다는, 중간 규모 회사들의 매출과 입지가 상대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눈에 띄게 폐업 소식이 쏟아지는 형태라기보다는, 조용히 규모가 쪼그라들거나 인수합병으로 간판이 바뀌거나, 신규 창업 대신 기존 회사에 흡수되는 식으로 서서히 중견이라는 층이 얇아지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고나 할까. 자 그렇다면 이제 진짜 궁금한 부분, 왜 하필 중간층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해서) 살펴볼 차례다.사실 리서치업계는 오랫동안 나름의 안정적인 먹이사슬을 갖고 있었다. 최상위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방대한 데이터 자산을 가진 소수의 대형사가 있고, 그 아래에는 특정 산업이나 방법론에 강점을 지닌 중견 리서치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소규모 필드워크 업체나 프리랜서 리서처들이 있는 식이었다.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이 정도 예산과 이 정도 신뢰도가 필요하면 이 회사, 좀 더 가볍게 가려면 저 회사”라는 식으로 규모별 역할 분담이 비교적 명확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먹이사슬의 중간 고리가 위아래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으며 흔들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압박은 구체적으로 어디서 오고 있는 걸까?우선 가장 큰 압박은 더 크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대형사들의 위로부터의 압박이다. 글로벌 리서치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인수합병을 하며 몸집을 키우고, 동시에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조직을 슬림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체 데이터 자산을 통합하고, 구독형 소비자 인텔리전스 서비스로 사업 모델 자체를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실제로 한 글로벌 리서치기업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이를 기술 투자와 부채 축소에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자본력은 결국 AI 기반 분석 도구 개발, 글로벌 패널 네트워크 확장, SaaS형 플랫폼 구축 등에 재투자되면서 대형사와 나머지 회사들 사이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국내 회사들 역시 상위권에서는 꾸준히 매출을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랫동안 외국계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던 국내 리서치 시장에서, 토종 기업이 처음으로 매출 기준 1위에 오른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런 대형사들은 브랜드 신뢰도, 오랜 업력에서 나오는 방법론적 노하우, 그리고 무엇보다 대형 클라이언트와의 장기 계약 관계를 무기로 삼곤 한다. 클라이언트가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을 찾을 때, 결국 손이 가는 곳은 검증된 소수의 대형사인 경우가 많다.두 번째 압력은 위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가해지고 있는데, 소형이거나 특정 영역에 특화된 회사들이 저렴하고 빠른 대안들을 쏟아내면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예 조사업계 출신이 아닌 신규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더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원래 리서치와는 무관해 보였던 기업들이 자체 패널과 설문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인터넷은행이 자사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서비스를 출시해 순식간에 대규모 패널을 확보하기도 했고, 유통 계열 멤버십 회사가 자체 포인트 회원 데이터와 연동한 서베이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미디어렙 회사가 통신사의 방대한 식별 패널을 활용한 조사·광고 결합 서비스를 내놓은 사례도 있다.이런 신규 플레이어들의 공통점은, 이미 확보하고 있던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그대로 조사 패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리서치회사가 패널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이들은 이미 갖고 있는 인프라로 대체한다. 그러니 자연히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기존 리서치·패널 업체들 사이의 가격 및 속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여기에 더해서 예전 같으면 전문 리서치회사에 의뢰해야 했던 간단한 설문조사를, 이제는 ‘DIY(Do It Yourself) 조사 툴’를 활용해서 마케터나 기획자가 직접 셀프서브 플랫폼을 통해 몇 시간 만에 설계하고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국내 한 리서치회사는 최근 문항 수가 적은 소비자 패널 조사의 경우, 패널에게 지급하는 응답 보상 비용 정도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셀프서브형 서비스를 내놓았다. AI가 설문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 분석까지 전 과정을 사용자와 함께 수행하는 방식인데, 이런 서비스들이 자리를 잡을수록 가볍고 빠른 조사 수요는 굳이 중견 리서치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해결되는 경우가 늘어난다.업계 위아래 쪽의 압박과 더불어 세 번째의 압박은 바로 AI와 합성 패널,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의 압박이다. 이 변화가 어쩌면 최근 1~2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생각되는데, 그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 컬럼(리서치라운지 12)에서도 다루었던 ‘합성소비자(Synthetic Consumer)’와 ‘합성 패널(Synthetic Panel)’의 등장일 것이다. 실제 응답자를 모집하는 대신, 인구통계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가상의 응답을 생성해 내는 방식인데, 이미 글로벌 리서치 업계에서는 이를 상용화한 서비스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관련 스타트업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정확도나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응답자 모집이 어려운 시장이나 아이디어 검증 단계에서는 조사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이런 기술은 결국 조사에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을 모으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노하우가 드는 전통적인 리서치 산업의 전제 자체를 흔드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이 흐름에 올라타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는 국내 리서치회사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는 회사도 많다. 문제는 이런 기술 투자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형사는 자본력으로, 일부 기민한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기술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 구조로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인력과 프로세스를 오래 유지해 온 중견 규모 회사들은 이 투자 부담을 감당하기가 상대적으로 버거운 위치에 있다.네 번째 압박은 조사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의 변화에서 발생했다. 최근 여러 기업이 제품·서비스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자체 분석 역량을 갖추기 위해, 회사 내부에 UX 리서치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사용자 조사나 제품 테스트를 외부 리서치회사에 통째로 맡겼다면, 이제는 설계와 분석의 상당 부분을 내부 인력이 직접 수행하고, 필요한 부분만 외부 솔루션이나 전문가에게 부분적으로 의뢰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이런 흐름 속에서 시장의 공급 방식도 다변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리서치회사의 UX 조직뿐 아니라, UX 컨설팅에 특화된 회사, 특정 솔루션에 집중한 테크기업, 패널과 서비스를 결합한 신생 플랫폼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다. 결국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하고”, “이 부분은 최고 수준의 대형사에 맡기고”, “이 간단한 설문은 저렴한 셀프서브 툴로 해결하자”라는 식으로 조사 예산을 잘게 나누어 배분하게 되면서, 이전처럼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통째로 중견 리서치회사에”라는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마지막으로 특정 분야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의 변동성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견 조사회사 중 상당수는 여론조사나 특정 산업 분야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선거나 정치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매출이 크게 뛰지만, 이벤트가 없는 해에는 급격히 줄어드는 ‘피크-밸리’ 패턴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자료를 보면 대통령 탄핵이나 보궐선거 같은 정치 이벤트가 있었던 해에 관련 전문 회사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가, 이후에는 다시 안정적인 공공 프로젝트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런 구조적 변동성은 회사의 몸집이 작을수록, 그리고 특정 클라이언트나 특정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더 크게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는 곧 중견사들의 실적 등락 폭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중견 리서치회사들이 처한 상황은 아마도 다음처럼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위로는 자본과 데이터 자산을 앞세운 대형사들이 시장의 신뢰와 대형 프로젝트를 흡수하고, 아래로는 저비용·고속의 셀프서브 도구와 이업종 플레이어들이 가볍고 반복적인 수요를 가져가며, 동시에 클라이언트 기업들은 조사 역량을 내부화하며 외주 자체를 줄이고 있다. 이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예전에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중간 규모의 종합 서비스형 조사회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흔히 여러 산업에서 관찰되는 ‘허리가 사라지는 현상’, 혹은 양극화 구조가 리서치 업계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물론 이런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성장하는 중견 회사들이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순위표에서도 특정 산업에 특화하거나, 정치·공공 이벤트를 계기로 입지를 넓히거나, 독자적인 방법론이나 데이터 자산을 갖춘 회사들은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결국 살아남는 중견 조사회사들의 공통점은 ‘모든 걸 다 하는 종합 리서치회사’에서 벗어나, 특정 산업이나 방법론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쌓거나, 기술 투자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거나, 대형사와 소형사 사이에서 자신만의 틈새를 찾은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애매하게 모든 영역을 두루 다루면서 규모의 이점도, 민첩함의 이점도 갖지 못한 회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중견 리서치회사가 줄고 있다는 말은 단순한 체감이나 소문이 아니라 실제 매출 데이터와 업계 구조 변화로 확인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걸 단순히 ‘중견 리서치회사의 위기’라고만 부르기보다는, 리서치 산업 전체가 재편되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이런 변화 앞에서 중견 규모 조사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결국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규모로는 대형사를, 속도와 가격으로는 신생 셀프서브 플랫폼을 이길 수 없다면, 결국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오랜 시간 쌓아온 방법론적 신뢰, 혹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효율을 높이는 것 중 하나에서라도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_ 이완정_『외로움의 함정』 저자/(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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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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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21] 엄마 없인 못 살아, ‘엄미새’가 뭐길래

사람이 세상에 나와서 만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아마도 질문을 받게 된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같은 대답을 하리라 생각한다.그 대답은, 바로 “엄마!”.엄마는 인간의 탄생과 생존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잉태되어 자라나다가 세상 빛을 보게 되고, 엄마의 젖을 먹고 엄마 품에서 잠들고 엄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물론 아빠나 다른 주변인이 엄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대체자는 되기 어렵다. 그래서 상담심리학에서도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가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케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러니 누군가가 “엄마 없인 못 살아!”라고 말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2026년 지금, 이런 마음을 담은 표현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트렌드가 되었다. 바로 ‘엄미새’.“엄마에 미친 자녀”의 줄임말로(‘미운 우리 새끼’라는 TV프로그램을 ‘미우새’로 줄여 부르는 것과 같다), 남자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남미새’, 여자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여미새’에서 파생된 신조어이다.언뜻 들으면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는 표현이지만, 실제 의미는 정반대에 가깝다. 엄마와 유독 친하고, 일상 대부분을 함께 나누며, 그 시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을 애정을 담아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엄미새 트렌드가 주목받을 이유가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엄마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이니 당연히 자식과는 세상 어떤 존재보다도 강한 연결고리를 지녔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간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로 자리하는 시간은 영원하지는 않다. 대략 성인이 되어 독립하는 시기가 되면, 인간은 엄마(또는 부모)로부터 정서적, 경제적, 관계적으로 분리되어 독립된 개체로 사회에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가족을 만들고 이전의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였던 엄마도 다른 존재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물론 이후로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유지되지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이라는 의미에서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는 의미이다.최근 엄미새 트렌드가 화제가 되는 것은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나 지난 세대에서 여전히 엄마가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성인이 되어 이전이라면 사회적 독립을 향해 나아가야 할 자녀들이, 연애보다 엄마와의 여행이 더 설레고, 친구와의 쇼핑보다 엄마와의 쇼핑이 더 편하다고 고백한다. 엄마와 커플룩을 맞춰 입고 팝업스토어를 찾거나, 단둘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록을 SNS에 남기기도 하고, 이런 콘텐츠에는 “나도 엄미새인데 반갑다”라는 공감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걸그룹 아일릿의 원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본인을 “완전 엄미새”라고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언니에 미친 ‘언미새’, 동생에 미친 ‘동미새’ 같은 변주까지 등장하면서 독립하기 이전의 원가족(Origin Family; 심리학에서 개인이 태어나서 성장한 가족, 즉 부모와 형제자매)과의 과도할 정도의 친밀성을 과시하는 것이 하나의 관계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이다.*AI생성 이미지흥미로운 건 세대 간 온도차이다. 과거에는 부모에게 유독 가까운 자녀를 ‘마마보이’, ‘마마걸’이라 부르며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고, 독립하지 못한 미성숙함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엄미새는 다르다. 자녀가 부모와의 친밀함을 숨기기는커녕 스스로 드러내고 자랑한다는 점에서,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관계와는 결이 다른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그럼, 지금 왜 엄마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엄미새라는 트렌드가 등장했을까?이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어 하나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이면에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적인 조건들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첫째, 자녀의 독립이 늦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절반 이상인 54.4%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24세의 부모 동거 비율은 78.1%에 달했고,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중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0%에 그쳤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 20대의 부모 동거 비율은 약 81%로, OECD 평균인 약 50%를 훌쩍 웃돈다. 높은 집값과 전셋값, 취업난이 독립 시기를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는 셈이다.둘째, 관계 맺기 자체가 피곤한 시대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쌓는 과정은 즐거움도 주지만, 적잖은 시간과 감정 소모를 동반한다. 상대가 나를 얼마나 좋아할지,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도 크다. 반면 가족이 주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편안함은, 사회생활에 지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실제로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012년 56.5%에서 2022년 36.4%로 크게 줄었는데, 이는 청년들이 관계 자체를 기피한다기보다 친밀감을 쏟는 대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셋째, 경제적 불안이 가족 의존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가족관계 및 부모·자녀 관계 인식 조사’는 이 흐름을 숫자로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엄미새'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48.5%였는데, 10대는 55.5%, 20대는 63.0%로 젊은 세대일수록 인지도가 확연히 높았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녀'라고 인식한 비율도 10대 76.0%, 20대 59.0%에 달했고, 부모에게 가장 의지하는 영역은 경제적 지원(37.4%, 복수응답)이 1위였다. 특히 10대(69.5%)와 20대(56.8%)의 경제적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60.0%는 “경제 불안이 엄미새 현상을 키우고 있다”라고 답했고, 확산 이유로는 취업·경제 불안(34.5%)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혼자 결정하기 어려움(31.8%), 정서적 외로움(30.5%)이 뒤를 이었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가족에 대한 의존이 강해질 것이라는 응답도 61.4%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넷째, 부모 세대 자체가 달라졌다. 40~50대 부모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터넷과 SNS, 대중문화를 자녀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자녀와 함께 릴스를 찍고, 여행을 떠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세대 간 문화적 간극이 줄어들면서 부모가 훈육자에서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렇게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충분하니 엄미새라는 트렌드가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과연 이 트렌드를 하나의 문제적 현상으로만 바라볼 것이냐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엄미새 트렌드를 다루는 기사들을 보면 청년의 독립 지연, 경제적 취약성, 관계 맺기의 피로감처럼 다소 우려 섞인 시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런 배경이 실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현상을 오로지 청년 세대가 어쩔 수 없이 밀려난 결과로만 해석하는 건 절반의 진실만 보는 것일 수 있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의 부모-자녀 관계는 과거와 구조 자체가 다르다. 한 가정에 자녀가 서넛이던 시절과, 한 명이나 많아야 두 명인 지금은 부모가 자녀 한 사람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의 총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형제자매와 나눠 갖던 부모의 관심이 이제는 오롯이 한 명, 혹은 두 명에게 집중됩니다.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녀는 ‘보호자와 피보호자’를 넘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취향을 나누는 밀도 높은 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실제로 앞의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관계 변화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신호들을 발견할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를 ‘베스트프렌드 같은 사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 21.5%였는데, 10대는 30.5%, 20대는 26.1%로 평균보다 높았다. 자녀를 둔 응답자의 84.6%는 자녀와의 관계가 가깝다고 답했고, 부모와 자녀가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는 ‘일상 공유(71.2%)’였습니다. 과거의 부모-자녀 관계가 훈육과 통제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일상과 취향을 나누는 수평적 관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이상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묻는 질문에서도 ‘깊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안전기지’가 43.1%로 가장 많이 꼽혔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되 필요할 때 언제든 연결되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관계’가 35.8%로 뒤를 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응답자의 58.7%가 가족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부모와 너무 가까우면 독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도 절반 이상(50.8%)이 공감했다는 점이다. 즉 엄미새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무조건적 의존이라기보다, 불안한 시대 속에서 부모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정서적 안전망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독립성과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세대가 나름대로 찾아낸 관계 방정식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엄미새 현상은 사회적으로 오히려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로 읽을 수도 있다.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적 불확실성, 관계 피로감 속에서도 완전히 고립되지 않고 기댈 수 있는 관계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서적 지지 기반이 튼튼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형식적인 효도나 의무감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겁고 편해서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관계라면 이는 세대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세대 간 유대가 강화되는 신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엠브레인의 조사에서도 젊은 층의 28.8%는 엄미새 트렌드를 ‘유쾌한 밈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40~50대에서는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이라는 응답이 각각 31.5%, 35.0%로 나타나 세대 간 시각차도 여전히 존재한다.)물론 이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친밀함과 독립성 사이의 균형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기대는 것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의 영역을 지켜나가는 것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 조사에서도 청년들은 부모를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안전망으로 여기면서도, 진로와 연애, 생활방식만큼은 존중받기를 원한다는 결과가 함께 나타났다. 엄미새를 무조건 미화할 필요도, 무조건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이유이다.엄미새 현상이 주목을 받고 있으니 시장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기업과 기관들은 엄미새가 특히 엄마와 딸과의 관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을 포착하고, ‘가족’이라는 넓고 막연한 타깃 대신 ‘모녀’라는 구체적이고 선명한 관계를 겨냥한 마케팅이 속속 전개하고 있다.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풀무원이었다. 풀무원은 어버이날을 맞아 모녀 전용 1박 2일 체험 프로그램인 ‘스테이풀무원’을 운영하면서, 대상을 가족 일반이 아닌 모녀로 좁혔다. 두부 만들기, 싱잉볼 명상, 전문 작가의 모녀 스냅 촬영 등 프로그램 구성 자체를 ‘엄마와 딸이 함께 남기는 추억’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었고, 효도나 봉양이라는 무거운 프레임 대신, 함께 즐기는 취미 활동이라는 가벼운 형태로 접근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패션 브랜드 찰스앤키스는 신조어를 그대로 끌어온 어버이날 이벤트 문구인 “모든 엄미새들을 응원합니다”로 눈길을 끌었다. 신조어를 별다른 가공 없이 그대로 광고 카피에 활용해, 엄마 덕질이라는 정서를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의한 사례라 할 수 있다.당연히 엄미새 현상은 SNS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는 몇 가지 문항에 답하면 ‘엄미새 지수’를 점수로 환산해 주는 ‘엄미새 테스트’ 콘텐츠가 큰 관심을 받았다. “12점 만점, 엄마 없이 못 살겠다!”와 같은 댓글이 이어지며 자발적인 공유와 확산을 이끌어 내면서 조회수를 끌어 올렸다. 2인 1조로 설계된 경험을 제공하는 엄미새 관련 포토부스나 굿즈도 선보였다. 홍대 등지의 즉석사진 부스에서는 머리띠나 소품을 맞춰 쓰고 포즈를 취하는 모녀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커플룩을 맞춰 입고 팝업스토어나 공연장을 찾는 모녀도 늘고 있다. 이는 브랜드가 별도로 기획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마케팅 자산이지만, 최근에는 브랜드들이 이런 흐름을 읽고 1인용이 아닌 2인 세트 구성의 상품이나 포토존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메시지를 ‘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할 장면’을 중심으로 다시 짜는 것이 핵심이다.위의 마케팅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해 보인다. 첫째는 타깃을 개인이 아니라 관계 단위로 잡는다는 것, 둘째로는 효도라는 의무의 언어 대신 동질감과 취향 공유라는 즐거움의 언어를 쓴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 그 경험을 SNS에 자랑하고 싶게 만드는 장치를 심어둔다는 것이다. 엄미새는 소비자가 스스로 만들어낸 정체성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이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정서를 정확히 포착해 무대를 마련해주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으로 통하고 있는 셈이다.엄미새 트렌드에는 분명 부정적인 사회 압력이 압축되어 담겨있지만, 청년 세대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해 줄 견고한 관계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엄미새 트렌드가 보여주는 친밀함과 독립성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정서적 기반이 있을 때 더 건강한 독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엄미새 트렌드는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 딸바보 대표라고 불리는 입장에서 보자면, 왜 ‘엄미새’는 있는데 ‘아미새(아빠에 미친 자녀)’란 표현은 없는지. 그만큼 아빠라는 존재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혹여 옅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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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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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20] 데이터는 넘치는데, 왜 원하는 답은 없을까

늦은 밤 9시, 3년 차 조사연구원 하 대리의 듀얼 모니터는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왼쪽 화면에는 방금 막 실사를 마치고 들어온 따끈따끈한 1차 데이터(Primary Data) 코딩 표와 통계 프로그램 화면이, 오른쪽 화면에는 통계청, 각 지자체 오픈 데이터 포털, 해외 컨설팅 보고서에서 다운로드받은 수십 개의 2차 데이터(Secondary Data) PDF 파일이 가득 열려 있다.하 대리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어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클라이언트인 지자체 조사 담당자의 헛헛한 목소리였다.“대리님, 우리 지역 청년 정책 만족도를 다른 인근 지자체들과 비교해 보려고 여기저기 정부 사이트랑 연구원 보고서를 뒤져봤거든요? 오픈 데이터가 수천 개라는데, 정작 우리 지역 통계랑 딱 맞춰서 일대일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는 단 하나도 없더라고요. 기준도 다르고, 연령대 구분도 다르고, 물어본 문항도 다르고… 결국 돈을 또 들여서 1차 조사를 다시 해야 하는 걸까요? 데이터가 이렇게 넘쳐나는 세상인데 왜 제가 원하는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을까요? 혹시 방법을 알고 계시면 알려주셨으면 해요.”한참 동안 전화기를 들고는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열심히 응대하긴 했지만, 사실 하 대리 역시 매일 밤 똑같은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클라이언트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요청한 1차 데이터를 가공하다 보면, 그 숫자들이 과연 전체 시장이나 사회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거대한 2차 데이터의 바다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막상 펼쳐놓은 2차 데이터들은 저마다 다른 렌즈와 다른 척도로 찍어낸 불연속적인 사진들 같았다. 이럴 때마다 하 대리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다.“정보와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실에 가까운 통찰을 얻기 어려워진 걸까?”하 대리는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1차 데이터와 2차 데이터 사이, 그 사막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틈새를 우리는 도대체 무엇으로 메워야 하는 것일까.우리는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전국 모든 지자체의 통계를 요약해 주고, 수만 건의 2차 데이터를 한눈에 보여주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조사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 난이도는 오히려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느낌이다. 이 역설의 중심에는 ‘데이터의 파편화(Data Fragmentation)’와 ‘맥락의 탈락’이 자리 잡고 있다.2차 데이터는 대단히 유용하고 경제적이다. 이미 거대한 샘플과 막대한 국비가 투입되어 구축된 공공 통계나 연구 보고서들은 사회의 대략적인 윤곽을 보여주는 훌륭한 지도가 되어 준다. 하지만 2차 데이터는 ‘과거의 누군가가, 자신만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라는 분명하고도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예를 들어 A 지자체는 청년의 기준을 만 19세부터 34세로 잡았지만, B 지자체는 조례에 따라 만 39세까지 포함시킨다. 어떤 설문은 청년의 행복도를 5점 척도로 물었지만, 다른 통계는 만족/불만족의 이분법으로 분류했다. 조사 시점도, 표본 추출 방식도, 설문 문항의 비언어적 뉘앙스도 모두 다릅니다. 조사대상자의 규모가 다른 것은 기본이다. ‘청년 정책 만족도 조사’라는 같은 이름의 조사인데도, 어떤 조사는 전수 조사인데 반해 다른 조사는 10% 표본 조사로 진행했다.그래서 이런 조사결과와 통계 데이터를 가져와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다 보면 ‘서로 다른 도면으로 지어진 건물 조각들을 가져와 하나의 거대한 성을 쌓으려 하는 것과 같은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물론 인터넷과 AI는 이런 작업에 큰 도움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데이터 조각들을 빠르게 찾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성벽의 틈새를 메우고 서로 다른 조각을 용접해 주는 일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2차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내가 찾고자 하는, 내 입맛에 맞는 딱 그 답’을 가로막는 노이즈도 함께 증폭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조사 업무를 오래 해보다 보니 1차 데이터와 2차 데이터는 '맞춤 슈트'와 '기성복'의 관계와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1차 데이터는 클라이언트의 특정한 질문과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 직조한 그야말로 ‘맞춤복’이다. 표본의 정밀도, 질문의 의도, 분석의 목적이 명확하게 정렬되어 있어 클라이언트가 안고 있는 문제에 정확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재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때로는 해당 클라이언트의 울타리 안이라는 우물에 갇혀 외부 세상의 기온 변화나 계절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이에 비해 2차 데이터는 대량 생산된 ‘기성복’이라 할 수 있다. 언제든 매장에 가서 집어 들 수 있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시대의 유행과 전체적인 스타일(트렌드)을 파악하기에 최적이다. 그러나 어깨너비가 맞으면 소매가 길고, 허리가 맞으면 바짓단이 남듯, 지금 내가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에는 언제나 20% 부족한 어색함을 남긴다.그렇다면 클라이언트가 던지는 현장의 무수한 질문들인 “우리 지자체의 청년들은 왜 이 정책을 외면할까요?”, “우리 제품의 브랜드 만족도는 왜 경쟁사보다 높은데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등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이 두 데이터를 어떻게 어우러지게 해야 할까.답은 어느 한쪽 데이터를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두 데이터가 가진 ‘결핍의 지점’을 서로의 강점으로 꿰매는 ‘데이터 스티칭(Data Stitching)’에 있지 않을까 한다.상당히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1차와 2차 데이터가 지니는 이 틈을 메우는 데이터 스티칭을 위해서는 3가지 통찰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2차 데이터로는 ‘지도(Map)’를 그리고, 1차 데이터는 ‘나침반(Compass)’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지자체 담당자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타 지자체와의 비교를 위해 모든 2차 데이터를 일대일로 완벽히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2차 데이터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아닌 ‘맥락적 지형도(Contextual Map)’로 재정의하는 것이다.전국 단위의 통계청 데이터나 보건사회연구원의 2차 데이터를 통해 ‘전국 청년들의 보편적인 고충과 만족도 지수’의 대략적인 범주를 설정한다. 이를 통해 우리 지자체가 속한 거시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그리고 최소한의 표본과 핵심 문항으로 구성된 가벼운 1차 조사를 실행하여, 전국 평균이라는 ‘지도’ 위에 우리 지역 청년들만의 독특한 인식 특성인 ‘나침반’을 얹는 것이다. 2차 데이터가 선명한 수치를 주지 못할 때는, 1차 데이터가 그 방향성을 잡아주는 앵커(Anchor)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AI생성 이미지두 번째 기술은 메타데이터(Meta-Data)의 표준화와 ‘기준점(Benchmark)’ 설계이다.조사회사가 1차 조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존재하는 2차 데이터의 프레임워크를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은 연구원이 1차 설문지를 작성할 때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항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통계청이나 국가 승인 통계에서 사용하는 표준 연령 구간, 표준 직업 분류, 표준 5점/7점 척도의 문항 표현을 1차 조사에 그대로 이식해 두면, 추후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기존 2차 데이터들과 즉시 연동되는 강력한 확장성을 갖게 된다.독창성은 질문의 형식이 아니라 질문의 깊이에서 나와야 한다. 형식은 2차 데이터의 표준을 따르고, 내용에서 클라이언트만의 특수성을 1차 데이터로 짚어내는 것. 이것이 두 데이터 사이의 틈을 메우는 가장 실무적인 기술일 것이다.세 번째는 삼각측량법을 통한 맥락적 데이터 결합 기술이다.1차 데이터 수치와 2차 데이터 수치가 서로 충돌할 때, 초보 연구원은 당황하지만 베테랑 연구원은 속으로 환호할 것이다. 그 균열이야말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2차 공공 데이터에서는 해당 지역의 ‘문화 시설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가 직접 수행한 1차 정량/정성 조사에서는 ‘주말에 갈 곳이 없다’라는 응답이 압도적일 수 있다.이때 2차 데이터의 만족도는 어르신이나 가족 단위 이용자의 대중적 만족일 가능성이 크고, 1차 데이터의 ‘갈 곳 없음’은 2030 청년층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거시적 2차 데이터가 밝혀내지 못한 미세한 모순을 1차 데이터의 깊이 있는 보완 조사(FGI, 인터뷰 등)로 메우는 것, 즉 ‘정량적 2차 데이터 - 정량적 1차 데이터 - 정성적 1차 데이터’를 삼각측량(Triangulation)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단순한 숫자가 아닌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삶이 읽히기 시작한다.하지만 아무리 기술을 발휘한다고 해서 1차 데이터와 2차 데이터 사이의 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조사 목적이 다르고, 수집 방식이 다르고, 측정 시점과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틈을 억지로 지우려 할 때 위험한 해석이 만들어질 수 있다.중요한 것은 틈이 어디에서 생겼는지 밝히는 일이다. 행정자료와 설문조사의 결과가 다르다면 조사 오류라고 단정하기 전에, 한쪽은 행동을 측정하고 다른 한쪽은 인식을 측정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서로 다른 지역의 만족도를 비교하려면 설문 문항과 응답 척도, 조사 시점, 표본 구성이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통계를 비교하려면 기준 변경이나 조사 방식의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데이터는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 거울이 아니다. 현실의 일부를 특정한 관점과 방법으로 잘라낸 기록이다. 같은 풍경도 망원렌즈로 보느냐, 현미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어느 하나가 틀렸다기보다, 서로 다른 거리를 보여주는 것이다.조사회사의 역할은 숫자를 생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가 정말 알고 싶은 질문을 정의하고, 이미 존재하는 자료를 검증하며, 부족한 부분을 1차 조사로 채우고, 서로 다른 결과가 말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일까지 포함한다.좋은 조사는 언제나 새롭게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조사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데이터를 제대로 읽고, 필요한 질문만 새롭게 묻는 조사일 수도 있다. 때로는 설문조사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조사 설계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수많은 공개 통계를 검토한 뒤에도 한 사람의 경험을 직접 들어야만 풀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지자체 담당자가 찾던 것은 ‘입맛에 딱 맞는 하나의 통계’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의사결정에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맞는 하나의 숫자보다, 여러 숫자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보여주는 구조다.2차 데이터는 우리에게 이미 일어난 일을 보여준다. 1차 데이터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이유와 감정을 들려준다. 한쪽은 넓은 맥락을 제공하고, 다른 한쪽은 지금 여기의 목소리를 담는다.두 데이터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일은 그 사이를 콘크리트로 채워 하나의 숫자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틈에 다리를 놓는 일에 가깝다. 다리는 양쪽의 차이를 없애지 않는다. 서로 다른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데이터가 넘치는 시대에 필요한 조사 전문가는 가장 많은 숫자를 가져오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어떤 숫자를 믿을 수 있는지, 어떤 숫자는 조심스럽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숫자만으로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무엇인지 구분하는 사람에 더 가까울 것이다.결국 좋은 결과는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다. 흩어진 통계를 모아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데이터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존중하면서 하나의 질문을 향해 나아가는 것.그때 1차 데이터와 2차 데이터의 틈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데이터가 만나는 자리, 그리고 현실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_ 이완정_『외로움의 함정』 저자/(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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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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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20] '숏셜링'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문법

지난겨울, SNS에는 이상한 영상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놀이터도 아닌 동네 골목에서 편을 갈라 ‘경찰과 도둑(경도)’이라는 놀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도망치다 넘어지고, 누군가는 낯선 사람의 손을 잡고 숨을 곳을 찾았다.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모르는 채로.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안에는 진짜 웃음이 있었다. 억지로 짜낸 리액션이 아니라, 오랜만에 아이처럼 뛰어놀며 터져 나온 웃음.이 모임은 순식간에 하나의 현상이 됐다. 놀이가 끝나면 사람들은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은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만날 약속 같은 건 없었다. 그날, 그 한 시간이 전부였다.이런 방식의 만남에 하나의 이름이 붙었다. ‘숏셜링(Short + Socialing)’. 숏폼 콘텐츠가 15초, 30초 안에 웃기고 사라지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도 짧고 강렬하게 소비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관계를 쌓는 대신 순간을 나누고, 정기 모임 대신 일회성 이벤트를 택하는 사람들. 이 새로운 문법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렇다고 숏셜링은 단순히 ‘짧게 만나는 모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는 분명히 보이는 몇 가지 뚜렷한 성격이 있다.우선, 관계보다 콘셉트가 먼저다. 숏셜링 모임은 “우리 친구가 되어보자”라는 목적이 아니라 “이걸 같이 해보자”라는 구체적이고 때로는 엉뚱한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경찰과 도둑이 되어 술래잡기를 하거나, 낯선 사람들과 감자튀김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나눠 먹거나, 각자 가져온 두바이 쫀득 쿠키를 리뷰하는 식이다. 목적은 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 ‘함께 겪는 순간’에 있다.둘째, 멤버십이 없다. 독서 모임이나 러닝 크루처럼 정해진 구성원이 반복해서 만나는 형태와는 다르다. 숏셜링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다. 다음 모임에 같은 얼굴을 볼 확률은 낮고, 그래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 낯섦과 일회성이 매력의 핵심이다.셋째, 짧고 가볍다. 몇 시간 안에 시작되고 끝난다. 깊은 대화나 자기소개의 부담 없이, 함께 웃고 나면 그걸로 충분하다. 마치 숏폼 영상을 보듯, 부담 없이 즐기고 미련 없이 다음으로 넘어간다.이런 세 가지 특성이 맞물리면서 숏셜링은 기존의 모임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예전에도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모임은 있었다. 스터디, 원데이 클래스, 소셜 살롱 같은 것들.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자기계발이나 학습, 즉 생산성을 목표로 했다. 반면 숏셜링은 철저히 재미와 경험 자체가 목적이다. 성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순간이 즐거워서 모이는 것이다.이 흐름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것이 앞서 말한 ‘경도(경찰과 도둑) 모임’이다.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사람을 모은 뒤, 어린 시절의 놀이를 낯선 이들과 함께하는 형태로 확산되었다. 화제성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련 키워드의 검색량은 두 달 사이 마흔 배 가까이 뛰었고, 한 유명 아티스트가 모집한 경도 모임에는 십만 명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다.경도 모임의 뒤를 이어 등장한 것이 ‘감튀 모임’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 낯선 사람들이 모여 감자튀김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다 함께 나눠 먹는, 지극히 단순하고도 사소한 콘셉트다. 그 뒤로도 두쫀쿠 모임(두바이 쫀득 쿠키를 만들거나 리뷰하는 모임)이나 함께 모여서 각자 게임을 즐기는 모임처럼, 굳이 혼자 해도 되는 일을 낯선 이들과 함께 나누려는 시도들이 잇따랐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동네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이 있었다. 사람들을 가볍게 연결해주는 기능이 있었기에, 이런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모임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AI 생성 이미지흥미로운 건 이 현상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에서 시작된 ‘포크로 푸딩 먹기’ 모임은 숟가락 대신 포크로 푸딩을 먹는다는, 언뜻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콘셉트로 시작됐다. 그런데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공원 같은 열린 장소에 모여 각자 포크를 들고 푸딩을 먹으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 모임은 독일을 넘어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나아가 미국에서도 비슷한 모임이 열릴 만큼 퍼져나갔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형태의 관계 맺기가 자생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것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시대적인 흐름일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당연히 이런 새로운 트렌드는 사회변화와 유행에 민감한 마케터들의 눈에 포착되었다. 트렌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브랜드는 늘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법이니까. 숏셜링 역시 마찬가지였다.한 식품 브랜드는 경도 모임으로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와 손을 잡았다. 브랜드 담당자가 직접 놀이에 참여하고, 그 섭외 과정과 후기를 짧은 영상으로 풀어내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완성된 광고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가 트렌드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함께 뛰고 웃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방식은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도 우리와 같은 걸 즐긴다”라는 동질감을 심어준다.패션 브랜드의 접근은 조금 더 영리했다. 직접 경도 모임을 열고, 참여자들에게 역할에 맞는 자사 제품을 나눠준 것이다. 경찰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는 니트 머플러를, 도둑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는 발라클라바와 비니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제품을 강매하듯 홍보하는 대신, 놀이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소품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다. 참여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협찬이 아니라, 놀이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아이템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영화관 업계도 이 흐름에 빠르게 반응했다. 한 대형 멀티플렉스는 특정 하루를 정해,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취향이 비슷한 관객들이 가볍게 연결될 수 있는 온·오프라인 모임 이벤트를 열었다. 팝콘을 함께 맛보며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나, 정보를 최소한만 공개한 채 영화를 함께 보는 모임처럼, 영화관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선 사람과의 짧은 연결 장소로 재해석한 것이다.이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건, 이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소비자가 이미 즐기고 있는 순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한다.숏셜링이라는 판 자체를 브랜드가 만들어주고, 소비자는 그 안에서 마음껏 즐기다가, 그 즐거운 기억과 함께 브랜드를 떠올리게 되는 구조다. 광고인 듯 광고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 방식이야말로, 관계에 지친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저항 없이 다가가는 방법인지도 모른다.그럼 왜 지금, 가벼운 만남인 숏셜링이 트렌드로 떠오른 걸까 궁금해진다.숏셜링이 하나의 유행어를 넘어 시대의 흐름으로 읽히는 이유는, 이 현상이 우리 마음속 어떤 결핍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첫째, 관계 피로와 그 반작용으로서의 가벼움의 영향이다.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가장 깊은 외로움을 호소하는 세대를 살고 있다. SNS 팔로워는 수백, 수천 명이지만 정작 힘든 순간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적 자원이 든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연락의 빈도를 신경 쓰고, 서운함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 이 모든 과정이 피로로 쌓이면,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아무 부담 없는 만남을 갈망하게 된다. 숏셜링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오늘 만나 실컷 웃고, 다시 안 봐도 그만인 관계. 감정 노동이 없는 만남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사치스러운 경험일지 모른다.둘째로, 완벽한 자기소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숨어있다.기존의 모임 문화, 특히 정기적으로 만나는 소모임에는 늘 자기소개와 이미지 관리의 부담이 따라온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고, 그 인상은 앞으로 계속될 관계 속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숏셜링은 이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오늘 이 자리에서 조금 어설픈 모습을 보여도, 우스꽝스러운 리액션을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다시 만날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낯선 사람 효과(stranger on a train phenomenon)’와도 맞닿아 있다. 다시 볼 일 없는 사람 앞에서는 오히려 더 솔직하고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 익명에 가까운 관계이기에 역설적으로 더 진짜 같은 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셋째로 관계의 선택과 몰입, 그리고 낮아진 진입 장벽이 작용한다.정기 모임에 가입한다는 것은 하나의 결정이자 책임이다. 앞으로 몇 달, 몇 년간 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암묵적 약속이 생긴다. 요즘 세대는 이런 장기적 헌신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뚜렷하다. 좋아하는 것도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관심사도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반면 숏셜링은 딱 오늘, 이 한 번의 경험만 결정하면 된다. 진입 장벽이 낮으니 시도해보는 데 망설임이 없고, 마음에 안 들면 다음번엔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런 낮은 리스크의 구조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새로운 경험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든다.넷째로 놀이의 회복, 잃어버린 유희성을 찾아서 우리들이 움직인 결과이다.경도 모임이나 포크로 푸딩 먹기처럼, 숏셜링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의 놀이나 지극히 사소하고 엉뚱한 행위를 다시 소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 우리의 하루는 대부분 효율과 생산성, 목적성으로 채워진다. 무언가를 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숏셜링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있다. “그냥 재밌으니까!”라는 이유 하나로 충분하다. 별다른 목적 없이 몸을 움직이고, 웃고, 낯선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이 단순한 경험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온다. 잃어버렸던 놀이 본능, 순수한 유희성에 대한 갈증이 숏셜링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온 것이다.마지막으로 초개인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연결과 관계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역설적이게도 초개인화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연결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 연결의 방식을 다시 정의할 뿐이다. 깊고 지속적인 관계가 아니어도, 짧고 강렬한 순간의 공유만으로도 충분히 ‘함께 있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깨닫고 있다. 이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긴 영화 한 편보다 짧은 클립 여러 개를 소비하며 순간순간의 만족을 추구하는 방식이, 이제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관계도 이제 스트리밍처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넘어가는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숏셜링을 단순히 요즘 젊은이들의 이상한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이 안에 담긴 신호가 꽤나 묵직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연결을 원한다. 다만 그 방식이 예전과 다를 뿐이다. 깊은 관계에 대한 부담, 지속적인 헌신에 대한 피로, 완벽한 자기 관리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가장 순수한 형태의 ‘함께 있음’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리고 이 흐름은 브랜드와 조직에게도 중요한 힌트를 준다. 이제 소비자와의 접점은 반드시 길고 깊을 필요가 없다. 짧지만 진심으로 재미있는 순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경험 하나가 어떤 장기 캠페인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숏셜링이 보여주는 건 결국, ‘관계의 총량’보다 ‘관계의 밀도’가, ‘얼마나 오래 만나느냐’보다 ‘그 순간이 얼마나 진짜였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의 초상일지도 모른다.다음번엔 또 어떤 이름의 놀이가, 어떤 낯선 만남이 우리를 웃게 만들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다. 사람들은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웃고 싶어 한다는 것. 그 방식이 아주 짧고, 아주 가볍더라도 말이다.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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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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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옷은 더 자주 사는데 지출은 줄었다… 패션 소비 '잦고 가볍게'로

픽플리 25~26년 3개 분기 추적조사, 3회 이상 구매 54.2% → 60.0%로 상승 외투·신발 구매는 네이버로 이동… 쇼핑 중 AI 활용 41.4%국내 패션 소비가 '한 번에 크게'에서 '자주, 가볍게'로 옮겨가고 있다. 옷을 사는 횟수는 늘었지만 한 번에 쓰는 돈은 오히려 줄었고, 단가가 높은 외투 대신 상·하의로 장바구니 구성이 바뀌었다.데이터 트렌드 플랫폼 픽플리가 조사연구컨설팅 올림과 함께 패션 제품 구매 경험자를 대상으로 세 차례(1회차 지난해 10~12월, 2회차 올해 1~3월, 3회차 4~6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다. 픽플리는 지난달 31일 '패션 산업 26-3Q 소비 여정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13일 공개했다.구매는 잦아지고 씀씀이는 가벼워졌다… 3회 이상 구매 60%최근 3개월간 패션 제품을 3회 이상 구매했다는 응답은 2회차 54.2%에서 3회차 60.0%로 5.8%포인트 올랐다. 반면 지출은 뒷걸음쳤다. 같은 기간 10만 원 미만을 썼다는 응답이 27.5%에서 31.5%로 4.0%포인트 늘었다.구매 빈도와 1회당 지출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패션 소비가 "한 번에 크게 지출하기보다 비교적 자주,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품목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 픽플리의 분석이다.최근 3분기 패션 제품 소비자들의 구매 경험 및 여정 지표 변화 (사진제공 - 픽플리)외투 지고 상·하의 뜨고… 4050 남성 '고액 소비' 이탈 가장 커품목 구성도 달라졌다. 3개 분기 연속으로 외투 구매 비중은 줄고 상·하의 비중은 늘었다. 겨울에서 봄·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와 함께, 단가가 높은 외투 자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하의가 채운 결과다.변화의 폭은 집단별로 갈렸다. 2030 여성은 3회 이상 구매 비율이 69.6%에 달해 구매 빈도 상승이 가장 뚜렷했다. 2030 남성 역시 4050보다 빈도 확대 흐름이 두드러지며 실용적·반복적 구매 구조로 이동했다.반대로 4050 남성은 횟수보다 금액에서 변화가 컸다. 30만 원 이상 고액 소비 비중의 하락 폭과 상·하의 구매 비중의 증가 폭이 모두 전 집단 중 가장 컸다. 4050 여성은 기존 구매 패턴을 대체로 유지하면서 품목 구성만 실용적인 방향으로 옮겨갔다.'필요해서 직접 찾는다'… 외투·신발 결제는 네이버로여정의 출발점은 콘텐츠가 아니라 필요였다. '필요에 따른 직접 탐색'으로 제품을 인지했다는 응답은 신발 71.8%, 외투 68.7%, 상·하의 67.8%, 패션 잡화 58.1%로 모든 품목에서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광고·콘텐츠를 통한 관심 형성은 상·하의와 신발, 패션 잡화에서 일제히 줄었다. 다만 외투만은 추천·노출 광고를 통한 인지가 25.3%로 함께 늘어, 계절 상품 특유의 광고 반응성을 보였다.채널에서는 네이버의 존재감이 커졌다. 외투는 정보 탐색이 네이버 검색·네이버 쇼핑 중심으로 옮겨간 데 이어, 구매도 네이버 쇼핑과 쿠팡 중심으로 이동했다. 상·하의는 탐색과 구매 모두 패션 플랫폼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네이버 쇼핑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가장 뚜렷한 변화는 신발에서 나타났다. 정보 탐색에서는 네이버 검색이 1위를 유지한 가운데 패션 플랫폼 이용도 19.9%로 크게 늘었지만, 실제 결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 쇼핑(24.9%)으로 넘어갔다. 사이즈와 착화감 정보, 교환·반품 편의성이 뒷받침되면서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던 품목의 온라인 전환이 한층 진전된 것이다. 패션 잡화는 탐색에서 네이버 검색과 패션 플랫폼이 24.8%로 동률을 이뤘고, 구매에서도 패션 플랫폼(25.6%)과 오프라인 매장(23.9%)이 맞붙는 온·오프라인 혼합형 여정을 보였다.AI 활용 41.4%… ChatGPT 56.2% vs 제미나이 41.1% '양강'패션 쇼핑 과정에서 대화형 AI를 써봤다는 응답은 1회차 39.9%, 2회차 37.0%를 거쳐 3회차 41.4%로 올라섰다. 한 차례 주춤했다가 반등해 소비자 10명 중 4명이 AI를 거쳐 옷을 사는 구조가 자리 잡은 셈이다.서비스별로는 ChatGPT가 56.2%로 1위를 지켰다. 다만 구글 제미나이가 1회차 26.1%, 2회차 36.0%, 3회차 41.1%로 세 분기 연속 상승하며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기대하는 역할은 감각보다 실용에 쏠렸다. '예산 범위 내 제품 추천'(29.8%)과 '상황에 맞는 제품 추천'(27.6%)이 1·2위를 차지했고, '유사상품·대체재 탐색'(11.0%), '착용 경험에 대한 정보 제공'(9.6%)이 뒤를 이었다. 스타일을 대신 골라주는 스타일리스트보다, 정해진 예산과 상황 안에서 선택지를 좁혀주는 조력자로 AI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반복 구매 설계와 '플랫폼 밖' 접점이 관건이번 조사는 패션 소비의 축이 '고가 단품 한 건'에서 '부담 없는 품목의 반복 구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로서는 객단가를 지키는 전략보다, 반복 구매를 전제로 한 가격대 설계와 재구매 주기 관리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로 읽힌다.채널 측면의 과제도 남는다. 외투와 신발처럼 무게중심이 패션 플랫폼 밖으로 옮겨간 품목이 생기면서, 자사몰과 패션 플랫폼에 집중돼 있던 접점 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소비자 10명 중 4명이 활용하는 대화형 AI가 '예산·상황'을 기준으로 후보군을 좁히는 만큼, 가격대와 착용 상황 정보를 얼마나 구조화해 노출하느냐가 다음 분기 패션 커머스의 변수로 떠올랐다.자료: 픽플리 '[데이터로 보는 소비 여정]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 패션 산업 26-3Q' (조사 협력: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출처: 코리아스타트업포스트 / 서영준 기자https://www.kspost.biz/ko-kr/articles/2832

  • 관리자
  • 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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