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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 콘텐츠의 자원이 되는 숲을 보다

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Research Lounge] 콘텐츠의 자원이 되는 숲을 보다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은 2023년부터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숲과 관련된 다양한 조사연구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운전하면서 창문 밖으로 스치는 산이나 숲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든다. 특히 푸르름으로 뒤덮인 여름 산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산천이 참으로 많은 숲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서 무릎 관절염으로 등산을 자주 하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꾸역꾸역 나무와 숲을 만나러 가게 된다.11월 중순, 가을 색으로 영롱한 숲을 만나러 남산에 다녀왔다. 10월에 열린 ‘남산 하늘숲길’이 궁금해서였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휠체어, 유아차는 물론이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까지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완만한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둘레길로 쉽사리 즐기지 못하는 처지에서 보자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카메라에 아름다운 숲의 모습과 색을 카메라에 담고 있자니 정말 우리나라의 숲은 어디에 내어놔도 손색이 없는 또 다른 콘텐츠의 자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나라의 산림 비율은 2020년말 기준으로 62.6%. 전체 국토면적 10,041천ha 중 6,298천ha가 산림이라고 한다. 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산과 숲의 나라인 셈이다. 지난여름,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에 놀러 가던 길이었다. 보조석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딸이 이런 말을 했다.“학교에서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해서 교육을 통한 인력 자원이나 콘텐츠와 같은 무형의 자원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고 배웠거든. 그런데 봐봐. 저렇게 숲이 많잖아. 저것도 자원일 텐데, 숲을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도 자원 부국 아닌가?”숲을 채우고 있는 나무는 물론이고, 나무의 열매인 밤, 감, 은행, 도토리, 산딸기와 같은 과실류, 표고, 송이, 능이, 목이 등의 버섯류, 더덕, 고사리, 고비, 도라지, 취나물, 땅두릅, 쇠비름 등의 산나물류, 천마, 작약, 결명자, 구절초, 당귀와 같은 약초류, 오미자, 오갈피나무, 구기자나무, 옻나무 등의 약용류, 그리고 야생화, 이끼류뿐만 아니라 수액이나 나무뿌리, 나무순도 모두 숲이 주는 자원이다. 이런 자원은 순수하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키우고, 가꾸고, 다듬어서 자원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임업진흥원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산나물인 쇠비름은,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물로 그동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토피, 여드름 등 피부질환 대한 효능과 오메가3와 칼륨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쇠비름 효능과 먹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https://www.kofpi.or.kr/info/imupStory/forestStory_01view.do출처: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그런데 이제 이런 숲의 자원의 활용도가 하나 더 늘어나서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바로 치유와 힐링의 자원으로 말이다. 숲의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의 흐름을 안으로 들이고, 나무를 보면서 채움과 비움의 뜻을 배우고, 숲의 맛이 담긴 자연식을 먹으면서 자연의 건강을 채우고, 숲속의 시공간에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숲은 우리의 시공간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인 셈이다.그래서 그런지 요즘 ‘숲 치유’가 인기여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치유의 숲’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특히 피톤치드, 음이온 등을 많이 내뿜는 편백나무나 잣나무, 소나무 숲에 머물 수 있는 곳이 인기이다. 현재 치유의 숲은 국립 21곳, 공립 44곳, 민간 2곳으로 총 67곳이 운영되고 있다. 산림청의 국립 치유의 숲 이용자 조사만 봐도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 2021년 47만 1,769명에서 2024년 60만 6,089명으로 3년 새 28%나 증가했다.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는 예산 투입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단순하게 숲길을 걷는 것에서 벗어나 물을 활용한 수치료, 명상, 다도, 산림욕, 전문장비를 이용한 건강 체크까지를 방문자에게 제공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음악, 그림, 영화, 문학과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처럼 이제는 숲도 치유의 콘텐츠로 시민권을 획득한 셈이다.개인적으로도 치유의 콘텐츠인 숲과 인연이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산림과학원의 의뢰를 받아 ‘산림치유 기능 확대를 위한 산림휴양의학 도입 방안 연구’를 6개월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힐링과 치유의 단계에서 조금 더 나아가, 휴양의학의 자원으로 숲으로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독일, 뉴질랜드,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기반으로 나름대로 고민한 시간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산림휴양의학의 4가지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가장 적합하고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모델이 도시숲을 활용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도시 안팎에는 산과 숲이 가까이 있으니 가능한 모델이다.  숲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나무, 버섯, 열매처럼 숲이 품고 있는 많은 생명뿐만 아니라, 숲이 지닌 공기와 빛과 색까지도 우리의 심신 건강을 위해서 내어준다. 차가운 겨울이지만, 그럼에도 숲에 갈 일이다. 잎은 떨구었지만 더 강한 생명력으로 숨 쉬고 있는 숲을 바라보고 사랑할 일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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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2.17
  • 61
[Trend Insight] 외로움의 진화_②자발적 외로움이라는 욕구

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Trend Insight] 외로움의 진화_②자발적 외로움이라는 욕구 외로움은 분명히 관계, 관심, 애정, 그리고 이해의 결핍이나 결여 등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정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홀로’라는 상태와 ‘외로움’이라는 정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를 만나고,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런데 외로움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이 담긴 단어는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곤궁하다, 괴롭다, 삭막하다, 쓸쓸하다, 덩그렇다, 적적하다’와 같은 부정적 의미와 함께, ‘조용하다, 호젓하다, 고요하다, 자유롭다’와 같은 긍정적 느낌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외로움의 부정성에 주목하는 바람에, 외로움이 주는 긍정성에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외로움이 지닌 이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은, 영어 단어를 보면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영어에서 외로움은 흔히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하는 ‘loneliness’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외로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단어인 ‘solitude’를 사전에서 찾으면‘(특히 즐거운) 외로움, 고독’이라고 나와 있다. 홀로 있으면 쓸쓸한 외로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부정과 긍정의 밀당이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숨어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외로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2024년 발표한 <2024 ‘나홀로 활동’, ‘나홀로 공간’ 관련 조사>의 결과를 보면 홀로 보내는 시간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1.8%에 불과한 데에 비해, 그 시간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느낀다는 응답자 비율이 무려 62.3%나 되었다. 관계에 피로도를 느끼는 현대인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홀로됨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엠브레인, <2024 ‘나홀로 활동’, ‘나홀로 공간’ 관련 조사> 2024년   *image:‘Photograpy’icon by Vectors Market from Noun Project외로움의 긍정성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홀로됨을 선택하여 외로움에 빠져보는 ‘자발적 외로움’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혼자의 삶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서 개인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를 잘 궁리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욕구이며, 적극적으로 자기 혼자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그 시공간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가치 있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고, 맛집을 방문하는, 조용히 책을 읽고, 숲속의 ‘1인 스테이’를 방문하기도 한다. 자발적 외로움은 일상적인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효과는 물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에 돌아보는 기회를 부여하면서 생활의 회복 탄력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자발적 외로움의 욕구가 점차 시민권을 확보하자 몇 해 전부터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영역도 이런 욕구에 응답하기 시작해서 ‘솔로(solo) 마케팅’이나 ‘싱글(single) 마케팅’이란 용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관련 상품으로 심지어 1인용 조립 공간이 판매되기도 한다.   * 미국 코스트코에서 판매하고 있는 Solitude Shed 홀로의 시공간을 찾아 자발적 외로움을 추구하는 시대. 오래전부터 자발적 외로움은 수행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젠 그런 커다란 의미가 아닌 일상의 스트레스와 흐트러진 자신을 정비하기 위해 우리는 홀로의 시공간을 찾는다. 고독과 외로움도 시대와 사회에 맞춰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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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2.10
  • 73
[Research Lounge] 여러분의 리서치는 AI를 활용하고 있나요?

Research Lounge는 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의 리서처들이 현장에서 리서치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나 리서치 관련하여 알리고 싶은 정보를 함께 나누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Research Lounge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Research Lounge] 여러분의 리서치는 AI를 활용하고 있나요? 조사회사는 주제 정보를 탐색하여 기획안을 만들고, 정량 설문문항과 정성 인터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응답자를 선정해 조사를 실시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담아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렇게 제대로 설계된 리서치 과정은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하고 아무리 짧아도 몇 주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고, 종이 설문지를 이용해서 면접원들이 일일이 응답자를 찾아다녔던 시대에는, 모든 리서치 과정은 그야말로 땀과 눈물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AI 시대. 특히 챗GTP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과거와 같은 땀과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이제는 설문조사를 포함한 리서치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미 중고등학생들도 탐구활동을 하면서 챗GTP로 주제 관련 정보를 찾고, 챗GTP로 설문문항도 만들고, 구글 폼(Google Forms)이나 네이버 폼을 이용해 응답을 받고, 자동으로 제시되는 그래프를 복사해서 보고서에 붙여 탐구보고서를 완성하는 시대이다. 조금 더 요령이 있는 학생들은 조사결과를 다시 챗GTP 프롬프트에 입력하고 ‘탐구활동 결과의 시사점을 알려줘’라고 물어보는 정도이다. 정보 탐색부터 조사결과의 분석과 의미 부여까지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예전이라면 SPSS, SAS 등의 전문 통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통계분석까지 챗GTP에 엑셀 데이터를 입력해서 해내는 고등학생도 있다. 대학생들이라면 데이터 분석 전문 AI인 줄리어스(Julius.ai)나 파워드릴(Powerdrill.ai) 등을 활용해서 통계적 가설 검정 분석까지 쉽게 해낼 수 있다. 이렇게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AI를 활용해서 설문조사도 척척 해내고 다양한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시대이니, 조사회사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기관도 AI를 업무에 활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리서치 업무에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서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하거나 요점을 도출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시장조사나 사회조사에서 지적되어왔던 응답자 특성에 따른 데이터의 편향성, 설문 응답 수집과 분석에 걸리는 많은 시간, 빠른 시장과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연성, 전문 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고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을 AI를 활용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더욱 빠르게, 오류를 줄이면서, 저비용으로 리서치가 가능해진 셈이다. 그럼 리서치 업무에서 AI는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을까. ㈜오픈서베이가 리서치 업무 관계자 4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Research Transformation Report 2025>의 결과를 보면 현재 리서치 업무에 AI를 활용 중이라는 응답은 28.3%, 현재는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시도해 보려고 한다는 응답은 59.6%였다. 또한, 현재 AI는 참고 자료 검색(56.7%), 정량 질문지 작성(52.2%), 결과 요약(50.0%), 결과분석 및 인사이트 도출(47.8%), 데이터 정리와 처리(41.0%), 정성 인터뷰 가이드라인 작성(39.6%) 등의 업무에 많이 활용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에게 향후 AI 활용이 기대되는 업무를 물어본 결과, 현재 많이 활용하는 모든 업무에서 10%p 가까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고, 특히 설문 응답 수집(11.2%p 증가)와 정성 인터뷰 가이드 작성(10.4%p 증가) 업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리서치의 미래와 관련하여 응답자의 79.5%는 AI가, 88.4%는 플랫폼과 분석 툴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Research Transformation Report 2025> 조사결과를 보면 이미 참고 자료를 검색하고 정보를 취합하는 리서치의 첫 단계부터, 제안서를 만들고, 정량 질문지와 정성 인터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응답을 수집하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분석 및 요약하고,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모든 리서치 단계에서 활용도의 비중은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해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 리서치 업무에 혁신을 가져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초 금융기관의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비롯한 IT 기술이 미친 영향을 직접 경험했다. 당시 정보의 바다라고 인터넷에서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새로운 과제였다. 그래서 연구소에서는 서처(searcher) 제도를 만들고, 각국의 경제 동향과 경영 전략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연구원에게 제공하는 서처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제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연구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서처가 검색해서 제공하는 정보나 데이터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었고, 서처가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연구원의 업무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정보와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찾아내는가가 아니라, 리서치에 적합한 필요 정보를 선별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셈이었다. 금융 패널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데이터베이스 운용 기술을 적용해서 빠르고 쉽게 진행되리라 예상했지만, 조사의 질과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조사를 기획하고 적절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연구원 개인의 능력이었다. 리서치는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업무이니 당연히 IT 기술의 발달할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더불어 리서치 업무도 진화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심에 있는 건 언제나 기술을 다루고 활용하는 사람, 즉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능력이다. AI가 바꾸고 있는 리서치 비즈니스를 오늘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중요한 건 기술보다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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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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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 외로움의 진화_ ①관계의 피로에서 벗어나기

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외로움의 진화_ ①관계의 피로에서 벗어나기혼자 여행을 가는 혼행,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누군가와 어울려도 즐겁긴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은 용어로 자리 잡은 표현들이다. 이전에는 등산이나 여행, 식사와 음주 역시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그리고 관계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타인과의 관계로 인한 피로감이 한몫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2024년 발표한 <2024 ‘나 홀로 활동’, ‘나 홀로 공간 관련 조사> 결과를 보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필요하다’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018년 78.8%에서 2024년 81.1%로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응답자 비율은 87.2%에 달했다.  이런 흐름은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의 <홀로 의식과 행동 조사 : 1993년과 2023년 비교데이터 보고서(ひとり意識・行動調査: 1993年/2023年比較データ集)>를 보면, ‘혼자 있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1993년 43.5%에서 2023년에는 56.3%로, ‘혼자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9.5%에서 60.0%로 증가했다.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 <홀로 의식과 행동 조사> 조사결과   *출처: 博報堂生活硏究所, ‘ひとり意識・行動調査’, 2024  *image:‘Reading book’ by Vectors Market from Noun Project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이유는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웩스너(Wexner) 의료센터와 의과대학이 2024년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는 휴가 기간에도 혼자서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56%가 혼자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사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 사회의 관심과 인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이전보다 더 낮아진다고 느낄 때 울리는 경고 알람의 정서라 할 수 있다.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거나, 직장 상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업무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들거나, 친구들과의 대화가 겉돌고 있다고 느낄 때도 알람이 울린다. 이렇듯 외로움은 관계의 결핍에서 발생하는 정서이니 이 결핍을 빠르게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홀로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외로움은 인류가 홀로 될 때 존재의 위기를 느끼면서 경험했던 공포의 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관계가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혼자가 된다는 것이 더는 생존의 문제가 되지도 않는 시대가 되었다. 함께 있어야 생존에 안전한 시대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 되었고, 인간이 소속되어 안전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집단도 의미와 성격, 종류도 다양해졌다. 행복감을 부여하던 집단도 가족을 벗어나 친구, 지역, 동료, 지인의 범위로 넓어지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취미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로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관계를 맺는 사람과 집단 너무 많아지게 되었고, 관계의 횟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계의 피로’라는 현상이 발생했다.  관계의 범위와 양이 증가하면서 그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관계의 밀도’를 중요시하게 경향도 보인다. 백 명의 친구가 아니라 한 명의 진정한 절친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는 시대의 도래.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스마트폰의 전화번호 목록을 수시로 정리하곤 한다. 사회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가 2024년 12월 26일 공개한 <2024 인간관계 인식조사> 결과를 봐도, 관계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51%, 불안함과 두려움을 경험했다는 사람이 29%에 달해 우리 사회 전반에 관계의 피로를 벗어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 타인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고,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도 인간관계에 의존한다. 그래서 혼자만의 상태를 의미하는 고독과 혼자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외로움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것과 지나치게 많은 연결이 존재하는 그야말로 ‘초(超)연결시대’에 살아가다 보니,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오롯이 자신만을 돌아보고 싶은 것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욕구이기도 하다.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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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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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우울에 빠진 대한민국 -위험수위 다다른 국민 정신건강

SPECIAL REPORT - 중앙SUNDAY·한국심리학회 공동 기획  [출처:중앙일보]​우리나라 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은 최근 2주간 적어도 한 번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지치고 소진된 일상 속에서 심리적으로 막다른 코너에 몰린 상태라는 의미다.또 3명 중 2명은 번아웃·우울증·무기력감과 심각한 불안감, 자살 충동 등 정신건강 문제를 한 개 이상 겪은 경험이 있고 지금도 경제·직장 문제와 대인 관계를 비롯해 최소한 2개 이상의 영역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등 국민 상당수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신건강과 관련해 전문가 상담·치료를 받은 경우는 3명 중 1명에 불과해 국민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SUNDAY가 한국심리학회(회장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국민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에 의뢰해 지난 5~11일 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번 기획은 정부가 다음달부터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사업’을 본격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국민 정신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정부 정책의 보완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해 마련했다. 조사 결과 최근 2주간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문항에 8.7%는 ‘항상·자주 그렇다’고 답했다. 또 11.7%는 ‘때때로 그렇다’, 22.2%는 ‘드물게 그렇다’고 응답해 42.6%가 최소한 한 번은 심리적으로 쫓기고 내몰리는 상태에 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심리 상태일 경우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심하면 자살 생각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최근 2주간 ‘자살을 생각했다’는 문항에 15.9%는 ‘항상·자주·때때로 그렇다’, 13.2%는 ‘드물게 그렇다’고 답했다.이런 상황에서 응답자의 75.2%는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국가의 국민 정신건강 관리 실태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편’이 14.9%에 그친 반면 ‘불만족하는 편’은 33.3%로 두 배 이상 많았다. 또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85.3%인 데 비해 ‘들어본 적 있다’는 14.7%에 불과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신건강 지원 사업이 정작 국민의 피부에는 와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최진영 한국심리학회장은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지원은 이제껏 중증 질환에 집중돼 왔지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상당수 국민이 일상의 삶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더 늦기 전에 국가가 국민의 마음 건강을 챙기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일·학업서 번아웃 경험” 36%…20~30대와 대졸 이상서 많아소방공무원들이 소방동료상담소인 ‘소담센터’에서 집단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국민 정신건강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자 우려였다. 우선 최근 2주간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과 관련해 ‘하루 중 대부분 울적했다’와 ‘즐겁게 생활하지 못했다’는 문항에 64.4%와 71.1%가 ‘그렇다’고 답했다. 불안감 증세에 대해서도 ‘걱정을 조절하거나 멈출 수 없었다’와 ‘불안·초조해 직장·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문항에 60.2%와 53.2%가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심리학회가 이들의 응답을 정밀 분석한 결과 현재 3명 중 1명은 정상 범위를 넘어설 정도의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자살과 관련한 심리 상태도 위험수위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주간 ‘항상·자주·때때로 자살을 생각했다’는 응답은 15.9%였고 ‘자살을 깊이 생각했고 구체적 방향까지 계획했다’는 응답도 13.9%나 됐다. ‘드물게 그렇다’까지 합하면 수치가 훨씬 더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깊이 생각→구체적 계획이 실제 ‘시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하루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응답자들이 현재 2.2개 분야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결국엔 우울증·불안감·번아웃에 자살 충동까지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경제 문제에 따른 스트레스가 50.9%로 가장 많았고 직업(34.3%)과 신체 건강(26.8%)이 뒤를 이었다.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잖았다. 특히 대인 관계(13.9%)에 이어 가족 부양(13.2%), 자녀 양육(12.0%), 부부 관계(10.0%) 등 가족 내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67.1%가 적어도 한 개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학업 등으로 심신이 지쳐 의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인 ‘번아웃’이 35.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우울증(33.1%), 갱년기 무기력감(20.1%), 공황장애 등 심각한 불안감(13.1%) 순이었다. 자살 충동은 11.8%였고 가까운 사람의 자살에 따른 트라우마는 5.3%, 실제 자살 시도는 3.1%로 집계돼 자살과 관련한 기존 조사 결과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령별·학력별로 증세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실제로 번아웃의 경우 20~30대와 대졸 이상이 유독 많았고 우울증은 20대와 50대, 고졸 이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갱년기 무기력감과 심각한 불안감도 고졸 이하의 비율이 높게 나왔다. 국가의 정신건강 대책도 일률적인 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이 같은 다양성을 최대한 감안하며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정책을 모색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국가가 지원해야 할 사업에 대해서도 20대와 30대는 진료비와 상담비 지원을 중시한 데 비해 60세 이상은 정신건강 예방 교육과 중증 정신질환자 돌봄 지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 이 또한 정부가 국민 정신건강 지원 사업을 시행할 때 유념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를 받은 경우는 3명 중 1명에 불과한 가운데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실제 이용 기관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69.9%), 일반 병원(22.0%) 순이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게 하려면 병원 치료 못지않게 사전 예방과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공인된 민간 상담 기관·전문가와 상담·치료 희망자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 구축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주문이다.박신홍·김홍준·신수민 기자박신홍·김홍준·신수민 기자 jbjean@joongang.co.kr[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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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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